[천지일보 성주=원민음 기자] 성주군 세종대왕자태실로 인근 임야의 한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린 듯 적황색을 띠며 말라 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0.6.2
[천지일보 성주=원민음 기자] 성주군 세종대왕자태실로 인근 임야의 한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린 듯 적황색을 띠며 말라 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0.6.2

수목 병충해로 군락지 감염

논란 속 문화공원 사업 지속

성주군 “법적으로 문제없어”

[천지일보 성주=원민음 기자] “생명 문화를 주창하는 성주군 산림 담당자들이 행정적 처리만 지시할 뿐 산림자원관리에 관심이 없다는 증거입니다.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것처럼 어린 소나무를 감염시킬 위험이 있는 지역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 것이 상식입니다.”

경북 성주군 월항면 ‘세종대왕자태실로 3-3’ 일원 임야 소나무군락이 말라 죽어가고 있으나 수년째 방치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이곳을 찾은 한 주민의 말이다.

본지는 지난달 29일 세종대왕자태실을 찾았다. 세종대왕자태실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왕자태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문화재적 사료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특히 성주군 관광 10선으로 꼽히며 군이 생명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계속해서 추진하는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화재 인근 소나무군락은 알려진 관광지와 다른 모습이었다. 소나무들은 재선충병에 걸린 듯 적황색을 띠며 말라 죽어가고 있었고 널브러져 방치돼 있었다. 특히 세종대왕자태실로 3-3 지역의 수목 병충해는 계속 확산해 소나무군락지 전체로 옮겨가고 있었다.

성주군이 주기적 예방 감찰 관리 활동을 했어도 소나무 재선충으로 의심되는 병충해가 경북 도내 임야까지 확산했을까. 군과 남부지방산림청의 무관심이 국가재산과 자원의 손실로 이어질 우려까지 있어 보였다.

이곳을 찾은 환경전문가도 문제 심각성을 지적했다.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산 일대 ‘숲길 건강 걷기’ 안내문이 있는 등산로를 따라 소나무군락지 전체가 병충해를 입은 것을 확인한 A 환경전문가는 “이곳 소나무군락 전체가 재선충병에 노출된 반출금지 구역”이라며 “예찰 활동 예산에 비교해 현지실사 활동이 없다”고 꼬집었다.

[천지일보 성주=원민음 기자] 병충해를 입은것으로 알려진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산 일대의 ‘숲길 건강 걷기’ 안내문. ⓒ천지일보 2020.6.2
[천지일보 성주=원민음 기자] 병충해를 입은것으로 알려진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산 일대의 ‘숲길 건강 걷기’ 안내문. ⓒ천지일보 2020.6.2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산림청에 따르면 성주군 6개 면에 재선충이 발생했고 경북지역에 병충해가 확산한 것이다. 이러함에도 세종대왕자태실로 주변에는 생명문화공원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성주군 산림과 강지훈 주무관은 “생명문화공원 조성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재선충 발생 2㎞ 내에 있는 지역”이라며 “이곳에 소나무가 심긴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목의 생육환경이 안 좋아 소나무가 말라 죽으면 재선충 매개충이 집을 지을 수 있다고 사업 추진 해당 과에 알렸다”며 “반출금지구역에 소나무를 심으면 안 된다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 관계자는 “재선충이 발생한 반출금지지역에 소나무를 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해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한편 이 같은 문제는 오랫동안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9월 타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보도한 바 있었지만, 당시 군은 사실을 알고도 1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 방치해 왔다.

당시 성주군 산림과 관계자는 “세종대왕자태실 인근 임야 소나무 고사는 재선 충에 의한 것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환경전문가들은 “이곳 소나무군락 전체가 재선충병에 노출된 반출금지 구역”이라며 “인근 태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현지실사와 방제 활동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주군의회 김경호 의원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군정 질의를 통해 “조림과 숲 가꾸기 사업을 위해 매년 약 20억원의 자금을 투자하는 데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해 성주군의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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