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편설란·김혜지 랑쩬 활동가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랑쩬
서구가 만든 신기루 ‘오리엔탈리즘’… 中 공안·CCTV 감시체제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지난 19일부터 양일간 신촌에 위치한 필름포럼에서 아주 특별한 영화제가 열렸다. 티베트 독립을 외치는 이들이 프리티베트영화제(FTFF)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은 행사는 티베트의 현실을 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서구 시각에서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 현재 티베트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는 게 이번 영화제의 목적이다.

티베트어로 ‘자유’ ‘독립’을 뜻하는 랑쩬. 티베트에 다녀온 사람들이 인터넷상에서 알음알음 모여 여행담을 나눴다. 단순히 여행 이야기를 펼치던 그들이 거리로 나섰다. 바로 티베트 독립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후 티베트 상황을 보이기 위해 이들이 선택한 방법은 영화제였다. 랑쩬은 티베트인의 생활과 관심사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매개체가 문화, 그 중에서도 영화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통해 티베트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티베트가 직면한 문제들을 우리나라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현재 티베트는 중국의 서남공정으로 자치구일 뿐 나라로 인정받지 않는다. 게다가 티베트 내부에서도 완전한 독립을 주장하는 독립노선과 평등 및 상호협력을 기반으로 티베트와 중국의 공존을 주장하는 중도노선 사이에서 고민하는 티베트인들이 대다수다.

영화제를 돕기 위해 일본에서 잠시 건너온 편설란 랑쩬 활동가는 “티베트인들은 독립을 원하지만 정신적·정치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가 중도노선을 외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의 말을 따라야 한다는 게 지배적이다”라며 “국민들은 독립과 중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프리티베트영화제에서 티베트 물건을 파는 벼룩시장 코너가 마련됐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지난 2008년 이역만리 티베트에서 벌어진 반(反)중국 시위는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당시 티베트의 독립을 염원하는 모임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났다. ‘티베트의 친구들’로 시작한 랑쩬도 마찬가지로 달라이 라마가 주장하는 중도가 아닌 독립 노선을 택했다.

반중국 시위가 한창일 즈음, 랑쩬 회원들 역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모여 피켓을 들고 촛불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국내에서 티베트의 독립을 공론화하기 위해 ‘티베트의 친구들’에서 랑쩬으로 개명한 후, 티베트인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편설란 씨는 “반중국 시위가 벌어진 후 티베트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중국 공안의 감시가 심해졌으며, 곳곳에 CCTV가 설치됐으며, 갑자기 많은 한족이 티베트로 몰려왔다”며 “서구는 티베트를 신비주의에 아름답고 영적인 불교국가라고 바라본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제2회 프리티베트영화제는 ‘나는 티베트인(I, TIBETAN)’이라는 부제 아래 티베트인과 티베트인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다시 말해 아름다운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 직시하자는 것이다.

편 씨는 “달라이 라마가 종교와 정치를 분리시킨다고 선언했으나 티베트인들의 의식은 여전히 종교와 정치가 하나라고 바라본다”며 “티베트인들이 달라이 라마가 아닌 각자 스스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김혜지 랑쩬 활동가는 “랑쩬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도 티베트 현실을 올바르게 봤으면 좋겠다”며 “티베트인들의 목소리를 국내에 전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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