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방역 전환 위생수칙 강조하지만 불안감 여전
미국‧이스라엘‧일본‧브라질 등 재확산 조짐 보여
전문가 “‘검사-추적-격리’ 시스템 가동돼야 완화 가능”
[천지일보=이솜 기자] 오는 6월부터 일부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시행했던 규제들을 완화하기로 한 가운데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침체를 막고자 각국이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생활 방역 지침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공지하고 있지만 감염 확산 불안을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 마스크 착용도 철회… 규제완화하는 나라들
AFP‧AP‧CNN‧BBC 등 외신과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각국이 6월 대거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오스트리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공장소에서 의무화했던 마스크 착용을 다음 달 15일부터 해제한다. 단 대중교통, 약국 등 보건 관련 장소, 미용실 같은 1m 거리 두기 유지가 어려운 서비스 업종 등에서는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야 한다. 오후 11시까지로 제한했던 식당의 영업시간은 새벽 1시로 연장하고, 성인 4명으로 한정했던 테이블당 인원 제한도 푼다. 규제를 완화하고 개인에 대한 책임에 더 비중을 두겠다는 설명이다.
영국 정부는 오는 6월 1일부터 유치원과 초등학교 일부 학년의 등교를 재개하고, 야외시장의 문을 다시 열기로 했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제로 다른 가구 구성원 간 만남이나 야외 바비큐 등도 허용한다. 규제 완화는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되는데, 잉글랜드는 이날부터 일부 학년의 등교를 시작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등교를 하지 않는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두 가구, 최대 8명이 야외에서 만날 수 있지만,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6명으로 이를 제한했다. 웨일스는 두 가구에 속한 구성원이면 인원과 관계없이 야외에서 만남을 허용한다.
터키 정부도 이날부터 식당과 카페 영업을 재개하는 등 본격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식당·카페·제과점·목욕탕 등의 영업이 재개된다. 공원·박물관·해변도 재개장하며, 각종 관공서 공무원도 이날부터 정상 근무에 들어간다. 65세 이상·20세 미만 국민의 외출 금지도 일부 완화된다. 도시 간 이동제한도 전면 해제한다. 단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중된 15개 주에서는 주말인 30·31일 통행 금지를 시행한다.
이란은 2월 말 폐쇄했던 이슬람 사원(모스크)을 재개한다. 현재 오후 6시까지인 쇼핑몰의 영업시간 제한도 해제한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중동 걸프지역 6개국도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흐름임에도 학교를 제외하고 통행금지, 공공시설 폐쇄, 항공편 중단과 같은 봉쇄 조처를 서서히 완화하는 '생활 방역'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
사우디는 단계적 통행 금지시간을 단축하고 내달 21일부터는 통행·영업 금지를 완전히 풀 예정이다. 이슬람 성지 메카를 제외하고 메디나의 예언자 사원(모스크) 등 전국 모스크 9만여곳도 이달 31일 두 달 반 만에 다시 문을 연다. 자국내 항공편 운항도 이날 재개된다.
UAE는 30일부터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2시간 줄였다. 두바이 지방정부는 29일부터 공용 해수욕장과 공원을 다시 개방했고 재택근무 비율도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쿠웨이트는 30일까지 시행한 24시간 통행금지령을 더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오만도 29일 수도 무스카트의 통행금지령을 7주 만에 해제하고 31일부터 공무원의 50%가 출근 근무한다. 바레인은 다음 달 5일부터 모스크에서 금요 대예배를 다시 시작한다.
감염증 확산세가 점차 안정되고 있는 러시아도 서서히 방역 완화 조치를 취하고 있다.
감염자가 집중된 모스크바시는 당초 이달 말까지였던 주민 자가격리, 차량 통행증 제도 등의 조치를 일단 6월 14일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내달 1일부터 모든 시민이 일정 조건 하에 산책과 운동을 위해 집을 벗어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자가격리 조치를 다소 완화했다.
태국 정부는 내달 1일부터 방역 조치를 추가로 완화하고 외국인 입국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앞서 식당, 쇼핑몰, 시장 등의 영업을 허가한 데 이어 이날부터는 극장과 동물원, 마사지숍 등의 영업 재개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태국 동부의 유명관광지 파타야도 해변을 피서객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 규제 완화하니 재확산하는 코로나19
브라질은 코로나19 피해가 급증세를 계속하면서 일부 지방 정부가 추진하던 사회적 격리 완화 조치가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리우데자네이루 법원은 이날 종교활동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려던 리우 시장의 포고령 이행 중단을 명령했다. 상파울루에서는 사회적 격리 완화 방안을 둘러싸고 주지사와 시장이 엇갈린 입장을 보이면서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하기로 한 경제활동 점진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마조나스주 역시 주 정부는 다음 달 1일부터 경제활동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들이 코로나19 환자 증가세를 들어 반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최근 경제 충격을 우려한 정부가 봉쇄 조치를 잇따라 완화하고 있다. 당국은 검사 수를 늘리면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였다는 판단에 따라 봉쇄 조처를 점진적으로 완화했다. 지난 17일 학교의 교실 수업을 대부분 재개한 데 이어 27일에는 식당, 술집, 호텔 등을 다시 열었다. 그러나 28일 만에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을 다시 넘어서며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졌다.
일본은 지난 29일 도쿄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명을 넘었다. 15일만에 다시 확진자가 증가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는 내달 1일부터 극장, 체육관, 학원 등에 대한 휴업 요청을 해제하는 2단계 완화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25일 코로나19 긴급사태를 완전히 해제했다.
미국은 50개 주(州)가 모두 경제 활동 재개에 들어간 가운데 앨라배마주가 코로나19의 새로운 확산지가 되고 있다. 앨라배마주에서는 경제활동 재개가 시작하면서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가 5천명 넘게 나왔다. 최근 2주 새 전체 환자의 3분의 1가량이 발생했다.
◆ WHO “미주, 규제 완화할 때 아냐”… 영국 전문가 “재확산 우려”
WHO 미주 지역본부인 범미보건기구(PAHO)의 카리사 에티에네 사무국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화상 브리핑에서 “우리 지역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진앙이 됐다”며 “앞으로 몇 주가 매우 힘든 시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주 대부분의 나라에서 지금은 (봉쇄 등의) 규제를 완화하거나 방역 전략을 축소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도 봉쇄 완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우려가 잇따랐다.
영국 정부의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은 30일(현지시간) 만약 영국 내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한다면 더 엄격한 봉쇄조치를 부과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자문그룹의 과학자들은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언급했다.
존 에드먼즈 런던 위생·열대의학학교 교수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 정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많은 과학자는 봉쇄조치 완화에 앞서 감염이 더 줄어들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러미 패러 경은 트위터에 “잉글랜드에서 봉쇄조치를 풀기에는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검사 및 추적 시스템이 완전히 작동하고, 감염률이 더 낮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피터 호비 교수는 검사 및 추적 시스템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봉쇄조치 완화는 ‘검사-추적-격리’시스템이 완전히 기능할 때 가능하다”면서 “신규 확진자를 발견한 후 접촉자를 48시간 이내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