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다시 ‘부처님오신날’ “어두울수록 등불 찾아야… 화합의 등을 키자”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달 연기된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 기념식이 30일 전국 사찰에서 일제히 봉행됐다. 부처님오신날은 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가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날로 불교 4대 명절 중 하나다.

대한불교조계종 등 불교계는 이날 오전 10시 전국 사찰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개최했다. 조계사에서 열린 법요식엔 여야 지도부를 포함해 사부대중 350여명이 참석했다. 작년 행사에는 1만 5000명이 참석했지만 이번 행사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참석 인원을 대폭 줄였다. 모든 참석자들은 입장 전 발열 체크를 하고 간격을 두고 자리에 착석했다.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는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과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김거성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불교계와 정관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일감스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도량결계의식과 육법공양, 명고·명종 의식으로 시작해 관불과 헌향 헌화 축원 순으로 진행됐다.

행사에선 코로나19 대응에 힘써온 동국대 경주병원 의료진과 쌍용자동차 김득중 노조지부장,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박한희 씨, 고(故) 문중원 기수 유가족 문근옥, 오은주 씨 등도 참석해 헌화를 하고 합장 삼배를 했다.

종단의 가장 큰 어른 종정 진제스님은 봉축 법어에서 “어두울수록 등불을 찾듯이 혼탁의 시대일수록 부처님께서 세계에 오신 참뜻을 알아야 한다”며 “모든 불자들은 이웃을 평등하게 대하는 마음으로 대광명의 연등을 키자”고 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은 매우 특별하다. 윤달 4월 초파일에 개최되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의 창궐은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당연한 모든 것을 변하게 했다고 밝혔다.

원행스님은 코로나19의 위기 속에 봉축법요식이 원만히 봉행되는 것은 대통령님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헌신적인 의료진들과 불편을 기꺼이 감수한 국민들 덕분이라면서 국민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불교의 내일을 위해 종단 집행부가 추진하는 백만원력결집불사에 더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부처님 법을 현대사회에 회향하는 포교와 복지 그리고 문화를 전달하는 방법을 정립하고 그것을 실현할 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행사 참석 대신 불교계에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큰 원력과 공덕으로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온 전국 사찰의 스님들과 불자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우리 불교는 ‘선행의 근본은 자비심이며 자비심이 곧 부처다’라는 가르침을 실천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국난에 맞서 일어섰고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나누어 짊어졌다”며 “지금도 불교계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가장 앞서 헌신하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사홍서원 중 첫 번째는 괴로움에 빠진 모든 이웃을 수렁에서 건져 올려 살리는 일이다.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역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자비의 마음”이라며 “아프고 힘든 이들을 보듬고, 모두가 행복한 새로운 일상을 위해 불교계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줄 것을 믿는다”고 전했다.

한편 조계종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30일이었던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한달 미뤘었다. 올해는 매년 기념행사에 앞서 열렸던 연등회도 열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