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선교사에 인기 있던 ‘원조’ 한류 풍속화가는?
여행가·선교사에 인기 있던 ‘원조’ 한류 풍속화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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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 김준근의 '밭갈고 부종하는 모양'을 담은 그림(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0.5.29
기산 김준근의 '밭갈고 부종하는 모양'을 담은 그림(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0.5.29

국립민속박물관 기산 풍속화展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소 두 마리가 쟁기를 끌고 있다. 소의 맨 뒤에서 나무 손잡이를 잡고 있는 농부는 방향을 조절하며 차분하게 밭을 갈고 있다. 한 농부는 등에 농기구를 이고 있고 다른 이가 같이 붙잡고 있다. 맨 오른쪽에 있는 농부는 손에 씨를 쥐고 밭에 솔솔 뿌리는 듯하다. 농부들 사이로 밭주인으로 보이는 파란색 옷을 입은 선비가 거닐고 있다. 밭 한쪽에는 다른 농기구가 놓여 있다.

이는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의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특별전에서 공개된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 생몰년 미상)의 그림이다. 한 세기전의 모습이지만 어린 시절 시골에 가면 볼 수 있는 밭가는 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예부터 내려온 민속의 한 장면 이라보니 그림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독일, 영국 등 1500여점 분포

작품의 저자인 기산 김준근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화가다. 태어난 시기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에 대한 정보도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부산의 초량을 비롯해 원산, 인천 등 개항장에서 활동했고,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된 서양 문학작품인 ‘텬로력뎡(천로역정, 天路歷程)’의 삽화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그림은 ‘기산 풍속화’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를 다녀간 여행가, 외교관, 선교사 등 한국문화에 낯선 외국인들에게 많이 팔려 국내보다 외국에 전해지는 수량이 더 많다. 현재 독일과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유럽과 북미 박물관에 주로 소장돼 있다. 기산 풍속도는 국내를 포함해 총 1500여점이 분포돼 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풍속이 속살대다’는 19세기 말~20세기 초 기산 풍속화 속 민속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150여 점에 이르는 풍속화와 나무기러기, 종경도, 거북점구 등 민속품이 생활공간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진다.

사람과 물산(物産)이 모이는 시장과 주막, 그 시장에서 펼쳐지는 소리꾼, 굿중패, 솟대장이패의 갖가지 연희와 갓, 망건, 탕건, 바디, 짚신, 붓, 먹, 옹기, 가마솥 만드는 수공업 과정을 볼 수 있다.

글 가르치는 모습, 과거(科擧), 현재의 신고식과 유사한 신은(新恩), 신래(新來), 혼례와 상·장례 등의 의례, 널뛰기와 그네뛰기, 줄다리기와 제기차기 등의 세시풍속과 놀이, 주리 틀고 곤장 치는 혹독한 형벌 제도 등도 소개됐다.

특히 단오날 그네뛰기를 하는 그림이 눈에 띈다. 우리말인 그네는 ‘근위’ ‘글위’ 등에서 왔고 한자로는 추천(鞦韆)이라고 한다. 그네 뛰는 사람 수에 따라 외그네뛰기와 쌍그네뛰기(맞그네뛰기)로 나뉜다. 공개된 그림은 단옷날에 단오빔을 한 여성들이 산에 올라 소나무에 맨 그네에 올라 외그네뛰기를 하고 있다.

◆변한 듯 변하지 않는 민속

2부 ‘풍속을 증언하다’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기산 풍속화와 그 속에 등장하는 기물(器物)을 통해 변하거나 변하지 않은 민속의 변화상을 찾아보는 자리이다. 그림 속에는 사라진 기물도 있고, 모양과 재료, 사용 의미가 변했지만 기능이 남아있는 것도 있다. 형식은 바뀌면서 여전히 의식이 이어지는 의례도 있다.

‘수공업(갈이장이, 대장장이)’ ‘식생활(맷돌, 두부, 물긷기)’ ‘놀이(바둑, 장기, 쌍륙)’ ‘연희(삼현육각, 탈놀이)’ ‘일생 의례(혼례)’ ‘의생활(모자, 다듬이질)’ ‘사회생활(시험, 합격)’의 7개 주제를 중심으로 기산 풍속화, 사진엽서, 민속자료, 영상을 통해 쇠퇴하거나 변화하고 지속하는 민속의 특성이 소개됐다.

그림 속 두부 짜는 모습은 매우 낯익다. 두부 틀에 천을 덮고 덩어리가 생긴 콩물을 부은 다음에 한 여인이 그 위에 올라가 누르면서 물을 빼고 있다. 다른 여인은 두부를 만들 때 쓸 돌을 들고 서 있다. 불린 콩을 맷돌에 갈고 끓인 후 삼베 자루로 걸러낸 콩물에 간수를 넣고 끓이면서 천천히 저으면 응고가 되는데 이를 나무 틀 사이에 넣고 무거운 돌로 누르는 것이다. 한편 이 같은 모습을 담은 ‘기산 풍속화에서 민속을 찾다’ 특별전은 10월 15일까지 기획전시실 1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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