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양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양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 국정전반 논의

주호영 “직접 해보니 효율 좋아”

협치 위해 정무장관 부활 건의

문 대통령, 비서실장에 검토 지시

 

코로나19 극복 초당적 협조 당부

“협치 쉬운 길 자주 만나는 것”

“공수처 후속법안 조속한 처리”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무장관의 부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동을 통해 여야정 협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가 열린 지난 2018년 11월 5일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이날 오찬 회동은 격의 없는 소통을 위해 의제와 모두발언 없이 진행됐다. 각 당 대변인 없이 참석자도 최소화했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과 강기정 정무수석, 강민석 대변인, 박상훈 의전비서관, 신지연 제1부속비서관이 참석했다.

회동은 낮 12시부터 오후 2시 36분까지 156분 동안 진행됐다. 21대 국회 개원을 바로 코앞에 두고 진행한 이번 회동에서 문 대통령과 두 원내대표는 국정 전반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두 원내대표에게 국회가 1년 내내 열려 있으면 좋겠다며 일하는 국회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협치의 쉬운 길은 대통령과 여야가 자주 만나는 것”이라며 “아무런 격식 없이 만나는 것이 좋은 첫 단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 모두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분이라서 기대가 높다”며 “서로 잘 대화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국회 개원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회가 법에 정해진 날짜에 정상적인 방식으로 개원을 못해 왔다”면서 “시작이 반이라고 두 분이 역량을 잘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제안에 따라 정무장관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주 원내대표는 과거 자신이 이명박 정부 시절 정무장관 격인 특임장관으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을 소개하면서 “특임장관실에서 정부 법안을 제출하니 전보다 4배나 늘었다. 이 정도면 효율적인 것 아니냐”며 “야당 의원도 정무장관이 있으면 만나기 편하다. 상생·협치를 하려면 정무장관실 부활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청와대 정무수석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주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 입장에선 정무수석과 만나는 것보단 동료 의원이 맡는 정무장관이 더 편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과거의 정무장관들의 면면을 볼 때 통상 여당 의원이 맡는 데에 따른 주장이다.

결국 문 대통령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관련 내용 검토를 지시했다. 정부장관이 부활할 경우 박근혜 정부 당시 사라졌다가 한 정부 만에 다시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과거 정부에서 계속 명맥을 이어오던 정무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폐지됐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특임장관이란 이름으로 잠시 부활했었다.

또 주 원내대표는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 대한 ‘국가의 부작위’는 위헌이란 결정이 있었다”며 “이 정권이 (위안부) 합의를 무력화 하며 3년째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위헌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합의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며 “운동을 주도한 할머니와 단체는 (위로금을) 돌려주고, 일부 피해자 할머니는 수용을 하기도 했다. 만약 당시 위안부 할머니들과 사전에 공유했으면 (합의를) 받아들였을 수도 있는데 일방적이었다”고 위안부 문제가 답보 상태인 이유를 설명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오찬 회동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5.28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28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오찬 회동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5.28

그러면서 “일본도 합의문 상에는 총리가 사과의 뜻을 밝히고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했는데, 돌아서니 설명이 전혀 없었다”며 “위로금 지급 식으로 정부 스스로 합의 취지를 퇴색케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거론은 있었지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고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 극복 이후에는 미래를 향한 경쟁이 될 것”이라며 “누가 더 협치와 통합을 위해 열려 있는지 국민이 합리적으로 보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20대 국회도 협치와 통합을 표방했으나 실제론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해보자는 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회가 열리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공수처장 인사청문회와 같은 것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가 “날씨가 좋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예. 반짝반짝”이라고 화답했다.

김 원내대표가 “날씨처럼 대화도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주 원내대표는 “김 대표가 다 가져간다는 얘기만 안 하시면”이라고 답해 웃음이 터졌다.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주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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