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이천화재 참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 역시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안전문제에 있어 사후약방문식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보이는 반응이 상투적인 수준을 넘지 못하고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려는 모습이 안 보였다. ‘국민 세금은 많이 갖다 쓰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원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형 참사가 터질 때마다 허둥지둥하는 반응을 보였다. 제천참사, 밀양참사, 이천참사 모두 같은 반응이다. 다시는 같은 참사가 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찾는 게 아니라 사태의 파장이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점 역시 전 정권들과 다르지 않다.

김현미 국토부장관, 이재갑 노동부장관, 진영 행안부장관은 현장 또는 빈소를 방문해서 이런 저런 말을 했다. 이들은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알 듯 모를 듯한 ‘반성’이라는 표현을 제외하면 사과에 가까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들 장관은 재발 방지할 수 있는 근본 대책도 말하지 않았다. 말하는 내용을 보면 상투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들의 행동을 보면 같은 참사가 안 난다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진 장관은 “이천 화재참사 사고원인 조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안전을 책임진 부서의 장이 할 소리는 아니다. 사고 원인은 국과수가 하고 검찰과 경찰이 할 것이다. 한 나라의 안전을 책임지는 부사의 책임자라면 안전하지 못한 환경을 개선시키지 못한 장관 자신의 책임을 먼저 말해야 옳다.

참사 직후 김현미 장관은 “비용이 안전보다 우선하는 관행을 혁파하고, 후진국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뿌리를 뽑겠다”고 했다. 이런 방안이 있다면 사고 나기 전에, 사람 죽기 전에 했어야 했다. 김 장관이 취임한지가 3년이 됐다. 한두 달 된 장관도 아니고 3년씩이나 국토부장관을 했는데 아직도 ‘후진국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뿌리 뽑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 2019년 사이 샌드위치 패널 건물에서 연 평균 3500건이 발생했고 지난해만 231명의 사상자가 났다. 사상자는 해마다 증가추세다. 그동안 건축물 관련 입법 책임이 있는 국토부는 무엇을 했는가? 2008년 이천참사 때 공론화된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 문제를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번 이천참사를 보면 산업안전공단은 화재 위험이 높다고 판단했으면서도 공사를 허가했다. 산업안전공단이 현장을 철저히 점검하도록 똑바로 지휘하고 점검해야 하는 책임이 장관에게 있다. 근로감독관이 현장 안전감독을 똑바로 하도록 조직을 이끌어야 했다.

현재 근로감독관 수 3000명은 턱없이 부족한 점을 공론화해서 필요인원을 충원하고 사고 가능성이 높은 현장에 배치하고 점검했어야 했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사고가 나더라도 참사로 발전되지 않도록 상시 점검체계를 확보해야 했다. 이천참사에서 확인되듯 노동부는 역할을 못했다.

세 장관을 그대로 두면 재발방지가 안 된다. 안전참사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낼 수 있고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를 위해 직을 걸고 모든 걸 바치는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

사람이 38명이나 목숨을 빼앗기는 참사가 났다면 정부에는 비상이 걸려야 맞다. 정부의 행태를 보면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 국민 가운데 단 한 사람도 희생되는 일이 없게 될 것인가, 무슨 법을 만들고 무슨 제도를 도입하고 어떤 점검체계가 확보되어야 하는가, 쓰이면 안 되는 건축자재는 무엇인가,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안전점검 인력을 얼마나 늘려야 하는가 질문하고 각 질문마다 구체적인 답을 국민과 함께 찾아내야 한다.

반드시 챙겨야 할 문제가 예산 확보 문제다. 돈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예산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민주당 의석이 60%에 이른 지금 시점이 안전법률 도입과 안전 예산 확보의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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