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천 2대 김진현 도예가가 도자기를 살피고 있다. (심천도예연구소 제공)

“장작가마에서 탄생한 도자기… 흙·불·혼신이 하나 된 결과”

유난히 흙을 좋아했던 아이, 아버지의 뒤를 잇다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한때 대중들 사이에서는 ‘도자기 피부’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졌다. ‘도자기 피부’란 도자기의 표면처럼 깨끗하고 부드러워 윤이 나는 피부를 가진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도자기의 매끄러움은 반죽이 되는 과정을 통해 수없이 일그러지고 1000도가 넘는 불의 연단을 통해서만이 탄생한다는 이치는 누구라도 거스를 수 없다.

그런 도자기가 탄생하는 전 과정을 수십 년 동안 지켜본 도예가 심천 2대 김진현 씨를 만나봤다. 현재 김진현 도예가는 경기도 이천시 도자기마을에서 심천도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심천 1대였던 고 김경종의 4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난 김진현 도예가. 아버지도 자식 중 유난히 흙을 좋아했던 그가 도예가의 길을 걷게 될 것이란 걸 일찍이 알아차렸는지 도자기의 온도 등 많은 이야기를 은연중에 흘려줬다.

그러나 정작 아들이 도예가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을 때 아버지는 전통가마를 절대로 전수하지 않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이미 그 당시 많은 가마가 가스가마로 바뀌고 있던 터였다.

한평생 전통가마만을 사용한 아버지이지만 가스가마보다 제작과정이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어 아들에게는 그 힘든 삶을 되물려 주고 싶지 않으셨던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단호한 결심만큼이나 전통가마에 대한 고집이 완강했던 김진현 도예가는 1300도가 넘는 열기에 좋았던 시력을 잃을 뻔하면서까지 불 때는 법을 배우고 익혔다.

결국 아들의 생활고를 걱정해 가스가마를 사용해 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에도 지금 그는 아버지가 걸어왔던 길을 가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에서야 알려주신 번조법을 꾸준히 익혀온 그는 현재 전통가마를 쓰는 몇 안 되는 장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심천은 깊을심(深)에 샘천(泉)으로 깊은 샘이 흔들리지 않듯 변하지 않음을 뜻한다. 이는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원칙론 중심의 삶을 살았던 아버지의 호이기도 하다. 그런 아버지가 생전에 그대로 호를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해 2대째 사용하고 있다.

흙, 나무, 불 등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며 불을 땔 때 사용하는 장작 한 개비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의 말씀….

그가 수십 년 동안 도자기를 만들면서 한시도 잊지 않았던 말이다. 이는 그의 행동이 말해준다.

전통가마를 때기 위해 사용하는 장작의 수는 어마어마하지만 나무의 불순물은 자칫 도자기에 흠을 낼 수 있어 그 껍질을 일일이 벗기는 작업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김진현 도예가는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중요한 과정이다. 가족과 친인척들도 그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함께 도와준다”고 말했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김진현 도예가의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은 진사이다. 그의 진사는 붉은색은 물론 여러 가지 색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대표작 표주박형 진사를 보면 8가지 색이 한꺼번에 나는데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김진현 도예가는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닮아 도예가의 소질이 있어 보이는 자식에게 심천 3대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강요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는 아직 자신이 해야 할 일도 많다고 생각한다. 김진현 도예가는 “요즘에는 간단한 도자기 만드는 방법을 문화센터 등에서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런 만큼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도자기의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의식 수준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언젠가 이곳에 4층짜리 갤러리를 만들어 오고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도자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 김진현 도예가(심천도예연구소 제공)
▲ 김진현 도예가(심천도예연구소 제공)
◆김진현 도예가 최근 활동
“앞으로 더 뛰어난 진사작품을 창작하고 연구하는데 매진할 것입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도자 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야죠. 그래서 근래 들어 각국의 도예 애호가들과의 교감 형성과 교류, 해외전시 등을 위해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 2008 심천 2대 김진현 작품전(타이완)
한국 전통공예와 회화의 「멋」展(한국문화원)
당대국제도예전(중국 경덕진)
․ 2009 당대국제도예전 “Generation To Generation"(중국 경덕진)
中·韓 예술교류전(중국 북경)
전통공예명품전(서울중요무형문화재기능보존협회 주관)
韓·中 도자명인 100인전(한국도자문화협회 주관)
경기도 성남 모란민속공예대전 입선 수상

․2010 (사)한국전승도예협회 회원전
인사 Atr Fair 2010
이천세계도자센터 특별기획전 Arts and Crafts Collaboration “Mix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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