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출처: 뉴시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출처: 뉴시스)

생활 전환 이전 클럽발 확진

국민 피로 높아 참여 미지수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증가세로 돌아선 가운데 ‘생활 속 거리두기’를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규 확진자를 줄이기 위해선 방역수준을 강화하는 것보다 방역지침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부천시는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경기도의 경우, 도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앞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통제 가능한 범위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일부 유행 지역을 대상으로 강화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국민에게 외출 자제를 권고하고, 종교나 체육·유흥시설 등 일부 업종의 운영을 제한하는 방역 수준이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 3월 21일부터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해 오다가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바 있다.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보니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언급한 이유는 확진자 발생 추이가 방역 통제 수준에 위협을 가할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당국은 국내 의료자원을 고려했을 시 신규 확진자가 하루 50명 이내로 발생하거나, 감염경로 미파악자가 5% 이내면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전날 하루 신규 확진자는 40명에 육박한 수준이었다. 또한 지난 13일 오전 0시부터 27일 오전 0시까지 최근 2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303명이었고, 이 중 감염경로 미파악자는 7.6%로, 이미 기준치인 5%를 넘어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방역 통제 수준을 넘었다는 것은 확진자가 발생했을 기 중증환자나 위중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구에선 병상이 부족해 확진 판정을 받고도 집에 머물다 사망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용인시 거주자 A씨(29)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을 시민과 외국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0.5.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용인시 거주자 A씨(29)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앞을 시민과 외국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0.5.7

이와 관련해 정 본부장은 “열심히 추적해서 7차 전파까지 따라가면서 접촉자 파악 및 봉쇄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젊은 층들의 생활반경이 굉장히 넓고 또 진단이 늦게 되면 이미 많은 노출이 일어난 상황이기 때문에 굉장히 기하급수적으로 접촉자나 노출장소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대한 접촉자 추적 및 조치를 취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에서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언급하는 상황이지만 또 한편으론 방역수준을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확진자가 감소할 지 여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지난 5월 7일 이후 250여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한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은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였던 5월 2일 클럽을 방문한 집단으로부터 감염·전파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즉 사회적 거리두기나 생활 속 거리두기나 방역수준이 강화 여부와 무관하게 방역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언제든 클럽발 집단감염과 같은 코로나19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도가 누적된 국민들이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된다고 해서 모두 참여할 수 있을 지도 불확실한 상태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다섯 차례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상 회복 정도는 3차 조사 때 42점, 4차 조사 때 48.8점, 5차 조사 때 52.7점으로 점수가 높아졌다. 사람 간 2m 거리두기 준수는 24.3%였고, 매일 2회 이상 환기 또는 주기적 소독 준수는 29.8%, 외출 자제는 33.2%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방역수준 강화 여부를 떠나서 신규 확진자 증가를 막기 위해선 방역당국이 실효성 있는 방역지침을 마련해 이를 알리며,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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