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시나리오 면한 미래에셋
신사업 추진 속도 낼수 있을듯

공정거래위원회 정진욱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미래에셋 계열회사들의 일감몰아주기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정진욱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집단 미래에셋 계열회사들의 일감몰아주기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미래에셋의 계열사들이 박현주 회장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준 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행위 금지) 명령과 함께 과징금 43억 9천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합리적인 고려나 비교 없이 미래에셋컨설팅과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부당한 이익을 몰아줬다며 이 같은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미래에셋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내렸으나 당초 거론되던 박현주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SO)의 검찰 고발은 제재 내용에 포함하지 않았다.

미래에셋으로선 박 GISO이 검찰 고발까지 가지 않으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한 셈이다. 만약 고발 등의 제재를 받으면 그룹 이미지 훼손은 물론 신사업 추진 등에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7조원대에 달하는 미국 내 15개 호텔 인수 계약 취소를 둘러싸고 중국 안방보험과 소송 중인 상황에서 총수 고발까지 갔다면 자칫 깊은 수렁에서 더 빠져나오기 어려울 뻔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그룹 차원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생명보험 등 11개 계열사가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블루마운틴CC(컨트리클럽), 포시즌스호텔을 이용하도록 원칙을 세웠다. 그룹 관리업무 등을 맡은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컨설팅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각종 방안을 마련해 계열사들에 전달했다.

이에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고객 접대나 행사·연수를 블루마운틴CC,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하고 명절 선물도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에서 구매했다. 블루마운틴CC 골프장 진입로와 직원 유니폼 등에 계열사 로고를 노출하는 광고를 하기도 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출처: 뉴시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출처: 뉴시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미래에셋 계열사와 미래에셋컨설팅 사이에 430억원에 이르는 내부거래(블루마운틴CC 297억원, 포시즌스호텔 133억원)가 이뤄졌다.

계열사들의 이로 인한 전폭 지원으로 블루마운틴CC와 포시즌스호텔은 급성장했다. 블루마운틴CC는 2016년 약 72%에 달하는 계열사 매출에 따라 2013년 개장 후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포시즌스호텔도 2015년 개장 이후 3년 만에 적자폭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특히 미래에셋컨설팅은 2017년 호텔 관련 사업부문 매출액 기준 8위 회사로 성장했고, 회사 총 매출액도 2014년 176억원에서 2017년 11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두 곳의 내부 거래 금액(430억원)이 해당 기간 전체 매출액 1819억원 중 28.7%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곧 미래에셋그룹이 내부 거래를 통해 미래에셋컨설팅 주주인 특수관계인들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보는 것이다. 총수 일가가 일정한 지분(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 이상을 보유한 계열사와 거래하는 경우 사업 능력, 가격, 거래조건 등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고려·비교해야 하는데,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이런 고려와 비교 없이 미래에셋컨설팅과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계속했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에 대한 이번 제재는 2014년 총수 일가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해당 조항(23조의2 제1항)이 시행된 이후 제4호 ‘상당한 규모에 의한 지원 행위’를 단독으로 적용해 결정한 첫 사례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박 GISO를 고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특수관계인으로서 법 위반이 중대해야 고발할 수 있는데, 박 GISO가 사업(블루마운틴CC·포시즌스호텔) 초기에 영업 방향이나 수익 상황, 장점 등을 언급한 바는 있지만, 직접 사용을 지시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고, 이런 언급도 사업 초기에만 행해졌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은 3년 가까이 진행된 이번 공정위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던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7월부터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신청을 했지만 2017년 12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가 시작되면서 인가가 보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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