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한 번 엎지른 물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미 저지른 잘못은 회복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최근 MBC ‘우리들의 일밤’ 프로그램의 한 코너인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누리꾼들과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프로그램은 여타의 음악방송이나 신인들을 발굴해내는 경쟁 프로그램과는 달리 기성 가수들끼리 펼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는 데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실력파 가수들이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방송이라 시청자들이 많은 기대를 가졌으리라 본다. 그렇게 많은 기대를 안고 출발한 프로그램이었기에 처음 의도했던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면 당연히 누군가는 탈락하기 마련인데 꼴지를 한 김건모 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준 것이 도화선이 됐다. 누리꾼들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재빠르게 이 문제에 대해 항의하기 시작했고, 결국 MBC는 ‘쌀집 아저씨’로 통하는 김영희PD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김건모 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준 것에는 경쟁자 중 선배라는 점에서 예우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민족의 정서적 특징 중 하나인 ‘정(情)’이 표출된 경우로 볼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방송은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획의도가 분명한 프로그램이 누군가에 의해 그 의도가 불분명해진다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마련이다. 방송은 시청자, 더 나아가 국민과의 약속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동정론’에 휘둘려 계속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면 몇 회가 지나도 무대 위에서 경쟁하는 대상은 동일할 수밖에 없고, 그들만의 무대가 되고야 말 것이다.

이러한 일은 비단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확실하지 않은 일을 한쪽 편의 말만 듣고 사실인냥. 혹은 진실인 것처럼 꾸며 보도하는 방송도 마찬가지다. 사실과는 다르게 조작된 방송은 반드시 그 진실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 진실이 드러났을 때 해당 프로그램과 방송국은 이미 ‘엎지른 물’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공정하지 못한 방송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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