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평론] “이렇게 돈 많이 주는 정부는 생전 처음”
[아침평론] “이렇게 돈 많이 주는 정부는 생전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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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 달이 지나서야 동네 이발소에 들렀다. 가게 주인은 열 체크 기구를 샀다며 나의 이마에 대고 측정하더니 36.5도라고 말해주면서 소독제를 이리저리 뿌린다. 지난달에 들렀을 때도 손님이 가고 나면 깨끗이 청소하고 오는 분을 위해서 군데군데 소독제를 뿌리는 등 감염예방을 잘하고 있었다. 자기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사람에게 코로나19가 발생해 문을 닫으면 생활에 지장을 주니까 부지런히 위생관리를 해오고 있다고 일러주었다. 평소 그 주인의 부지런함을 알고 있기에 ‘아주 잘 하십니다”라고 응수하면서 이발 준비를 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손님들 체온을 재기 위해 열기구를 새로 구입했다고 하면서 사람 체온이 36.5도가 가장 정상치라는 말을 덧붙였다. 조금 전에 잰 나의 체온이 섭씨 36.5도가 나왔음을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 직업의식이 철두철미한 80에 가까운 이발소 주인은 경상도 사람으로 50년간 이발을 해와서 그런지 솜씨가 좋다. 그러다보니 단골손님이 많은 가게다. 

오늘은 느닷없이 ‘이명박이가 집에 있습니까? 감옥에  들어갔습니까’ 하고 내게 묻는다. 왜냐고 하니까 조금 전 손님과 이야기하던 중 그 사람이 이 대통령이 집에 나와 있다고 했는데, 감옥에 다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손님과의 대화 인지라 상대가 틀린 말을 해도 “아! 그러느냐”고 대꾸하지 “틀렸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손님이 끊어지면 자신만 손해니까 손님들에게는 대들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 말을 듣고 나니 ‘이분의 상술이나 대인관계가 보통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됐다.

이발소 주인은 이발을 하면서 계속 말을 잇는다. ‘팔십 평생을 살면서 이렇게 돈 많이 주는 정부는 처음 봤다는 것이고, 살기 어려운 서민들 살림에 보태 쓰니까 힘이 나고 어쨌든 문 대통령이 잘한다’는 투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의아해했다. 평소 이발소에 들렀을 때는 시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가게 주인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대놓고 열을 올렸는데 잠시 못 보던 사이, 재난지원금 지급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 이발사의 마음이 180도로 변한 것이다. 

며칠 전에는 어떤 노인이 이발하러 와서 문 정부가 형편없다고 하기에 “재난지원금은 받았습니까? 하고 점잖게 물어봤다고 한다. 신청만 하고 아직 받지 않았다고 하자 ‘정부를 그렇게 욕하면 정부가 주는 재난지원금을 안 받아야지요. 당장 저와 함께 동사무소로 가서 기부한다고 합시다. 기부합시다’라고 말했는데 그 노인이 ‘내 돈인데 왜 기부해’ 했다면서 정신상태가 틀려먹었다고 했다. 그 다음 그가 하는 말에 수긍이 갔다. 현 정부가 돈을 너무 푸니까 돈 받는 사람은 좋지만 나라곳간 걱정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혼자 기부를 해서 나라가 잘 살고 경제가 살아난다면 자신이 받은 돈을 돌려주거나 기부하겠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니 정부 돈을 받아서 쓰긴 하지만 혼자 생각으로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걱정이 컸단다.  

이발소도 개인영업이고 자영업에 들어가니까 지난번 코로나19 피해 보전 지원금으로 1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자치단체가 주는 돈 60만원, 국가지원금 60만원에다가 또 100만원까지 받았으니 횡재했다는 것이다. 자기보다 혜택을 더 본 사람들이 있는데, 정부에서 실직자, 실업자들에게도 지원금 명목조로 돈을 펑펑 쓰고 있으니 자칫하다가는 공짜로 버는 돈맛에 일할 의욕이 사라지면 어쩌나 하고 공연한 걱정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신은 내일모레가 여든이라 정부가 주는 돈을 쓰고, 정부가 빚더미에 앉든 말든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젊은 사람 걱정하겠느냐고 말했지만 그 말속에서는 다음세대에 빚을 안기는 게 걱정된다는 투였다. 

모처럼 이발하러 왔다가 이발사로부터 좋은 이야기들을 유용하게 들었다. 그 사람의 입담이 뛰어난 건 아니었지만 사실적인 말, 생각해보면 현실과 사리에 맞는 말만을 골라 했으니 필자에게 느껴지는 바가 크다. 이발하는 동안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발사로부터 재난지원금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 이야기들을 재밌게 들었다. 그 중에서도 그가 한민족의 긍정성을 이야기한즉, 국민들이 내편 네편으로 갈라져 싸우다가도 국가위기가 닥친다면 똘똘 뭉친다는 것이다. 그 예로 IMF 경제 위기 때 예를 들었는데, 김영삼(대통령)이 망쳐놓으니까 김대중(대통령)때 국민들이 너도나도 발 벗고 나서서 금모으기를 하는 등으로 경제 쇼크를 이겨낸 점을 말했는데, 그 말에 필자는 전적으로 동감이 간다.

필자도 정부에서 준 긴급재난지원금 선불카드를 받았고, 어제 ‘선불카드 충전이 완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가족 4인중 해외에 체류하는 아들부부를 빼고 받은 60만원을 집사람이 요긴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 게 있으니 동네 이발사의 말이다. 안 받았다면 몰라도 정부 돈을 받았다면 아무 소리 말라는 것이니 잠시 동안은 입 꾹 다물고 지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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