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갓갓, 조주빈, 부따 등에 의해 자행된 n번방 사건을 비롯한 텔레그램 성 착취 범죄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어린 여학생을 포함한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많은 피해자의 삶이 무너져 내렸다.

n번방 성범죄자의 주요 공범들이 피해 여성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젊은 남성이라는 사실 또한 충격적이다. 그렇다고 이 사건을 단순하게 청소년 범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n번방 성 착취물의 주요 수요층이 기성세대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이 가능하다. 결국 기성세대가 만든 범죄인 셈이다.

필자가 중학교 1학년 담임을 할 때 여학생들까지 모인 단톡방에서 성관계 영상을 공유하던 아이들이 n번방 주범들과 비슷한 또래가 됐다. 중학교 2학년 남녀 학생들이 한 집에서 놀면서 성관계를 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를 돌아보면 성인이 보기에도 충격적인 수위의 성관계 영상을 단톡방에서 보면서 여학생도 문제를 제기했던 아이들이 많지 않았다. 부모들의 대처도 너무 미온적이어서 크게 문제 삼지 못했는데 n번방 사건을 보니 그 아이들에게 자기들의 잘못을 제대로 뉘우치도록 만들지 못했던 게 실수 같다. 

교대생 단톡방 성희롱, 의사 단톡방 성희롱, 대리기사 단톡방 성희롱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 수준의 일탈이 남성성이란 이유로 용인되는 남성들의 세계가 문제다. 그중에 누군가 불편한 기색을 내보이면 오히려 남성 세계에서 따돌림을 당하니 누구도 말을 못 한다. 이런 성희롱이나 여성을 향한 잘못된 시선, 스토킹 등이 쌓여서 성폭력 범죄로 이어진다. 남성들이 소비하는 음란물이 남성성으로 잘못 인식되지 않도록 범죄임을 지적해야 한다. 제대로 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벌어지는 현상이다. 엄마, 누나, 여동생이 남자와 다른 존중해야 할 성별이라는 인권 교육이 우선이다. 성폭력은 가장 강한 처벌이 따르고, 피해자는 평생을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미성년자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려면 부모와 함께 출두해 진술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부모에게 알리기 두려운 미성년 여학생들이 쉬쉬하며 피해가 더 컸다. n번방 사건에서 피해 여학생에게는 “부모님께 알리겠다”가 가장 강력한 협박 수단이 됐다. 가정 내에서 여학생의 성에 대해서는 무조건 쉬쉬하며 성을 억압해왔던 이유가 크다. 부모와 꾸준히 대화로 소통을 해온 가정이라면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n번방 사건에서 피해 청소년이 감추지 않고 드러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아이들이 읽게 해서는 안 된다. 선녀의 목욕 장면을 훔쳐보는 것은 성희롱, 성범죄이고 옷을 감춰 하늘로 못 가게 하는 것은 감금, 스토킹 범죄이다. 게다가 강제 결혼에 아이까지 출산하게 만든 성폭력 범죄 이야기에 가깝다”라는 말이 일리가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남자아이들이 하는 성적인 짓궂은 장난을 웃어넘기거나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없어져야 한다. 스마트폰 탓에 어릴 때부터 쉽게 성인물을 접할 수 있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어릴 적 그 시절 아이들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여학생의 성교육 패러다임도 바뀔 때가 됐다. 10대 여학생들도 성적 호기심이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나 가정 내 성교육은 여학생의 성적 욕망을 일탈이나 문란함으로 잘못 가르치고 있다. 여학생에게 조선 시대나 어울릴 순결, 정조 등을 가르치다 보니 n번방 같은 사건에서 피해자가 되어도 감히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 된다. ‘10대의 성은 감추고 억압하고 참아야 한다’라는 성교육을 바꿔, 여성의 성적 욕망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성교육을 해야 여학생을 보호할 수 있다.

사회가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각종 음란물을 청소년이 쉽게 접하도록 내버려 둔 폐해가 n번방 사건을 야기 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더 외설적인 낚시성 제목을 다는지 경쟁하는 매스컴과 여성을 성으로 소비하는 언론, 방송, 연예계, 아이돌 문화도 다시 돌아봐야 한다. 성범죄 발생원인은 노출, 음주, 시간, 장소가 문제가 아니다. 오직 100% 잘못된 성 관념을 가진 가해자에게 있다. 부모가 일상생활에서 남녀가 동등한 인격체라는 인식을 갖도록 행동으로 보여줘야 자녀들도 올바른 성인지 감수성을 가진 아이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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