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금지 위반 카다피군 비행기 착륙시 파괴
24시간 내 175회 출격..佛 "작전, 수개월 안 걸려"
리비아, 불탄 시신 공개..연료 부족 호소

(카이로=연합뉴스) 서방 연합군이 엿새째 이어진 폭격으로 리비아의 대공방어망을 와해한 가운데, 24일 비행금지 조치를 위반한 리비아의 군용기를 처음으로 파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은 전날 자정을 전후해 수도 트리폴리와 남서부 도시 자파르 등 리비아 곳곳의 목표물을 폭격한 데 이어 이날에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출신 부족이 주로 거주하는 세브하와 트리폴리 근교 타주라에 있는 군사기지들을 잇따라 공습했다.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32㎞ 떨어진 타주라의 군사기지는 전날 밤에도 연합군의 공습 표적이 됐으며, 트리폴리나 세브하 등도 서방 전투기들이 이미 두 차례 이상 공습작전을 벌인 곳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ABC 방송은 이날 프랑스 전투기가 리비아의 세 번째 대도시인 미스라타 상공을 지나는 군용기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격추된 리비아의 전투기는 단일 엔진의 가레브 기종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미국의 한 관리는 현지 시각으로 이날 오후 1시40분께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가 카다피 부대의 `G-2/가레브' 전투기를 식별한 뒤 미사일을 발사해 파괴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이 관리는 "우리는 가레브 비행기가 착륙 중이었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런 정보는 아직 `초기 보고'라서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프랑스 정부 대변인의 말은 인용, 카다피 부대의 비행기가 미스라타 공군기지에 착륙한 직후 프랑스 전투기가 공대지 미사일을 쏘아 파괴했다고 전했다.

가레브 비행기는 옛 유고슬라비아에서 제조된 전투기로, 지상 공격과 정찰 활동에 주로 사용되는 군용기이다.

서방의 비행금지 구역 감시 활동과 방공망 와해 작전이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지중해에 배치된 지휘함 `마운트 휘트니' 호에서 미군 측 작전을 통제하고 있는 제라드 후버 해군 소장은 전날 기자들과의 화상 전화에서 연합군 전투기가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모두 175차례 출격했으며, 이중 미군 전투기의 출격 회수는 113차례라고 밝혔다.

연합군 측은 그간 수백 회 이어진 전투기 공습과 함정과 잠수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 공격으로 리비아의 대공방어망이 거의 무력화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공군의 그레그 배그웰 소장은 전날 "카다피 공군은 더는 전투부대로서 존재하지 않는다"며 "연합군은 리비아 영공을 거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비행하고 있다"고 말했고, 프랑스의 알랭 쥐페 외무장관은 이날 연합군의 리비아 공습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했다.

쥐페 장관은 이어 연합군의 군사작전은 "필요한 기간만큼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수개월은 아니고 수일 또는 수주일 지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군의 차기 작전 목표에 대해 후버 미 해군 소장은 "(리비아) 도시들을 위협하고 있는 카다피의 지상군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해 반군과 민간인을 공격하는 카다피 부대에 대한 공습을 본격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서방 연합군은 지난 밤 정부군과 반군 간의 공방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도시 미스라타 외곽에서 카다피 부대의 탱크들을 공격해 파괴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주민 압델 바세트 씨는 "(미스라타 외곽의) 해안 도로에서 어제(23일) 오후 6시께 몇몇 탱크가 폭탄을 맞았다"면서 "그러나 도시 안 쪽에 들어와 포탄을 발사하고 있는 탱크들은 여전히 그대로 있고, 공습당하지도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200㎞ 떨어진 이 도시에는 카다피 부대가 시 외곽을 포위한 채 탱크들을 도심으로 진출시켜 주요 병원 근처에서 무차별 포탄 공격을 벌이고 있으며, 저격수들을 건물 옥상에 배치해 조준 사격을 통해 수십 명을 사살했다고 반군과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비아 당국은 이날 오전 트리폴리에서 공습을 받아 숨졌다는 시신 18구를 외신 기자들에게 공개하며 서방 연합군의 폭격을 비난했다.

트리폴리 병원의 영안실 직원 압델 살라암은 "이들 희생자는 모두 민간인이고, 아무런 죄 없이 죽었다"고 주장했다.

외신 기자들은 트리폴리의 영안실에서 확인한 시신 18구가 대부분 불에 탔으며 일부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면서 그러나 여성이나 어린이 시신은 눈에 띄지 않았다고 전했다.

리비아 에너지 당국은 지난달 15일 반정부 시위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40일째로 접어들면서 리비아가 연료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우리는 연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으나 미국과 프랑스 등 연합군이 연료수송선의 트리폴리 입항을 저지할까 봐 걱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나토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른 대(對) 리비아 군사개입의 일환으로, 리비아에 대한 무기금수를 이행하기 위해 지중해에서 해상 봉쇄작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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