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TV.인터넷으로 아랍 봉기 본 뒤 반정부 낙서

(서울=연합뉴스) "날로 확산하는 시리아 반정부 시위는 초등학생들의 낙서에서 촉발됐다."
최근 중동 봉기의 배경에는 비극적 죽음 혹은 잔혹한 사건 뒤 추도행사 같은 감정적 촉발 요인이 있지만 시리아 반정부 시위는 어린 학생들의 낙서라는 비교적 단순한 요인에서 출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이번 시위의 중심지인 다라는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약 100㎞ 떨어졌고 요르단과 국경을 가까이 하고 있는 전형적인 농업 도시.

부족지역인 이 지역 몇몇 초등학생들의 눈에 범 아랍권 위성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아랍권의 봉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은 그러나 초래될 결과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자기들이 들은 반정부 구호를 벽에 적었고, 결국 구금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가족들은 지난주 아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이 시위는 단순한 석방 요구에서 더 나아가 자유 및 부패 종식까지 요구하게 됐다.

급기야 부상자 치료 등을 위해 시위대가 모여있던 한 사원을 최근 보안군이 급습, 수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이 사건은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리게 됐다.

인권단체들은 사원 급습으로 4명이 숨졌다고 주장했으며 최근 6일간의 시위로 인한 사망자도 최소 9명으로 크게 늘었다.

다라의 시위는 지난 2004년 북동부 지역의 쿠르드족 소요 때처럼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쉽게 끝날 수 있었지만, 최근 아랍 세계의 변화 분위기와 맞물려 일파만파로 확산한 셈이다.

FT는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다라 사태로 인해 지난 2000년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이어받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전례 없는 도전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다마스쿠스의 한 분석가는 보안군의 과잉행동이 불안을 초래했다며 "아랍 세계의 봉기가 거세다는 시기적인 요인을 감안할 때 국민들은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리아는 수니파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는 나라로, 아사드 대통령은 소수 이슬람 교파인 알라위테에 속해 있다.

이같은 상황에 있는 아사드 대통령은 최근 오랜 고립정책을 마감하고 서방 및 아랍 세계와 화해에 나서는 한편 굳건했던 경제 장악력도 완화해가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독립 정당이나 조직화된 야당도 없는 상황에서 정치 개혁 약속은 구체화되지 않고 있었고 사회단체로부터는 부패가 여전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FT는 시리아 정부가 다라 사태 자체를 부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영 언론들을 통해 강경 이슬람 세력들이 이번 시위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태 해결 노력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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