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지난 23일 광주 광산구 수완동 한 식육식당에서 뚝배기에 담긴 음식을 여러사람이 먹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4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지난 23일 광주 광산구 수완동 한 식육식당에서 뚝배기에 담긴 음식을 여러사람이 먹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4

“코로나 신경쓰여…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국자와 앞접시 달라는 것 어려워”
“정부에서 음식문화 지침 내려줘야”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찌개를 여러 사람이 같이 먹으니 코로나가 신경쓰이죠. 별일 없겠지하고 그냥 먹습니다. 조심한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지속되는 주말인 23일 찾은 전남 목포의 한 회센터는 여느 주말처럼 인파로 북적였다. 음식점 직원은 가게 앞까지 나와 한명의 손님이라도 더 받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마다 눈을 떼지 못했다.

20여개 테이블이 있는 회센터 식당 내부엔 5~6개 테이블에서 가족단위로 보이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대화는 절제하는 분위기였으나 매운탕과 찌개, 옥수수 치즈구이, 밑반찬 등을 숟가락을 함께 넣어 식사를 했다.

옆 테이블에서는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도 매운탕에 숟가락으로 다같이 떠먹고 있었다. 또다른 테이블 4명의 일행도 별도의 국자와 앞접시 없이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손님은 “회사에서도 혼자 점심을 먹으려고 신경 쓴다”며 “음식 특성상 찌개가 나오면 국자와 앞 접시를 달라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김미라(46, 여, 목포)씨는 “함께 숟가락을 넣어 먹으니 불안한건 사실이다. 식당에서 알아서 챙겨주면 좋겠지만 오는 손님들마다 모두 챙겨주기는 역부족일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후에 찾은 광주의 한 정육식당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도 손님들은 여전히 뚝배기에 나온 음식을 여러 사람이 숟가락으로 함께 떠먹고 있었다.

손민혁(53, 광주)씨는 “주변을 보니 다른 사람들은 그냥 먹는데 나만 유난히 불안해하는 건 아닌가 싶어 앞접시를 달라고 하려다 ‘괜찮겠지’ 싶어 포기했다”고 말했다. 또 “유흥주점이나 노래방만 단속하지 말고 음식점도 어떤 지침을 내려서 코로나19를 대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지난 23일 전남 목포의 한 회센터에서 옥수수 치즈 구이를 여러 사람이 먹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5.24
[천지일보 광주=김도은 기자] 지난 23일 전남 목포의 한 회센터에서 옥수수 치즈 구이를 여러 사람이 먹고 있는 모습. ⓒ천지일보 2020.5.24

식당 업주들도 손님들의 불안한 점을 알지만 현실상 어쩔 수 없는 입장이다. 한 식당 대표는 “반찬을 일일이 따로 담으면 인건비가 많이 든다. 답답하기는 손님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다. 앞 접시에 반찬을 미리 덜어서 먹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잠했던 코로나19가 이태원 클럽발 지역감염으로 확산돼 5차 감염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음식점에서 집게·국자·개인접시 등을 제공해 코로나19 감염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테이블에 놓인 양념통과 수저통을 통해 코로나19가 감염될 수도 있다. 최근 인천의 한 대형상가 승강기 내 버튼이 코로나19 감염 매개체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19는 공기 중 비말뿐만 아니라 식사 중에도 전염으로 인해 확진자 발생이 빈발해 사실 국, 찌게로 대표되는 여러 명이 떠먹는 한국의 식문화가 바꿔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19’에 우리의 일상화된 식문화 관행 또한 하나씩 바꿔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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