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 코로나19에 감염된 누적 확진자는 금일 현재 8만 2974명이다. 누적 사망자는 4634명이다. 완치자는 7만 8261명이다. 치료자는 79명이다. 이렇게 숫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더 이상 금년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를 코로나 때문에 미룰 수 없어 지난 21일부터 시작했다.

매년 3월 초 북경에서 성대하게 치른 양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두 달 넘게 연기되고,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약간 축소 시켜 진행되고 있다. 양회는 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일컫는다. 정협은 서방에 없는 중국 특색을 가진 제도이다. 각 제 정파들이 모여 정치적으로 타협하고, 국가의 미래를 논한다는 그런 취지이다.

내부에서는 진지한 토론을 하겠지만 항상 끝날 때 보면 모든 정파들이 공산당을 중심으로 의견일치를 보고 국가 정책에 적극 협조한다는 발표를 하곤 한다. 서방의 각 정당들이 싸우면서 이견(異見)을 노출하고 상호비판하면서 자기주장과 정책이 좋다는 내용들이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그런 현상들은 중국 제정파간에는 있을 수 없다. 공산당 빼고 형식적인 야당도 있다. 어디까지나 의견만 정취하는 들러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에 전인대회는 국회에 해당하는 곳이다. 전국의 인민대표들이 보기에 따라 정협 보다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정부의 금년 사업 보고도 듣고 각 분과별로 나누어 토론회도 열고,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각성의 대표를 만나 성(省)마다의 의견도 청취하고 일정부분 반영도 한다. 물론 각 인민대표들을 통해 직능별, 지역별, 민족별, 각 대표의 의견과 여론도 들으면서, 나름대로 필터링 역할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밟는 것이 그동안 진행된 상황이지만, 금년도 인민대표회의는 코로나19 이후 뒤늦게 진행됐고, 미국과 녹록치 않은 무역전쟁이 진행되고, 코로나19에 대한 발원지로서 국제적 책임도 있다는 미국의 주장이 들끓고 있는 시점에 열리고 있어, 리커치앙 총리가 발표한 금년도 정책에 대해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결론은 매년 발표한 경제 성장 목표치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반면에 6조 355억위안 한화 1100조원 규모의 슈퍼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것이다. 리총리는 인민대회당에서 거행된 제13기 전국인민대표회의 3차 연례회를 통해 “코로나19는 건국 이래 가장 빠르고 범위가 넓고 도전적인 것이다. 고용과 생활 수준 보장에 최고 순위를 두겠다. 빈곤과도 싸우고 승리를 해서 모두가 번영하는 사회건설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정부는 국방비를 6.6% 증액했다. 220조원 정도다. 900조원의 미국보다는 작지만, 꾸준한 국방비 증액은 주시해야만 할 대목이다.

이밖에 AI, 자율주행차, 전기차, 5G관련 산업분야, 사물공업인터넷, 빅데이터, 신SOC 등 경기부양을 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일명 중국식 뉴딜정책을 실행에 옮겨 산업구조 고도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찍고 미국을 능가할 잠재 성장력 제고에 모든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위기를 중국이 제2의 도약의 길로 선용하겠다는 의지 표현의 보고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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