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해병대에서의 상습적인 구타·가혹행위와 이에 대한 관리부실을 직권조사한 결과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 해군참모장에게 지휘감독 관련자 경고조치 및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24일 권고했다.

인권위가 권고한 재발방지 대책으로는 ▲정기적인 인권교육 시행 ▲구타·가혹행위 관련 지위책임 원칙수립 ▲해병대원 간 ‘기수열외’ 금지, 이를 어기면 엄격한 처벌 지침 마련 등이다.

이날 인권위가 공개한 해병대 모 연대 내 가혹행위를 보면 주로 청소 불량과 군기 유지라는 이유로 이뤄졌으며 철봉 매달리기와 얼차려, 일명 ‘악기바리’라고 불리는 음식물 강제 취식 등으로 다양했다.

한 피해사병은 행정관을 통해 자신이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알렸지만 구두 훈계로만 그쳐 이후 더 심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피해사병이 기절해 의무실로 실려나간 뒤에야 가해사병에 대한 영창 등 징계조치가 이뤄졌다.

또 다른 후임병은 선임의 기수와 조리식단 메뉴를 외우지 못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따귀를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 아울러 빵 5개를 10분 안에 먹을 것을 강요받았으나 이를 먹지 못해 구타를 당해 응급실에 실려 갔다. 하지만 행정관은 가해자에게 영창처분만 내린 사실이 인권위 조사에서 드러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가해자 대부분이 후임병 시절 유사한 구타·가혹행위를 당했고 이를 참고 견디는 것을 ‘해병대 전통’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

또 폭행사건을 상급자에게 발설할 경우 기수열외 등 2차 피해를 주는 폐쇄적 조직 문화가 팽배하고, 지휘·감독자들도 부대의 명예훼손 및 불이익을 우려해 ‘구타에 대해 엄정히 사법처리하라’는 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경미하게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부대 내 구타·가혹행위가 반복적이고 관행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주요 원인으로 잘못된 병영문화와 지휘감독자들의 관리 부실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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