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시간주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시간주로 떠나기 전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러시아·중국 협상에 유용할 것”

“핵실험하면 대북 협상에 방해”

[천지일보=이솜 기자]미국이 지난 28년 동안 중단됐던 핵실험의 재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국가 안보 기관 수장들이 모였던 지난 15일 회의에서 이 같은 논의가 있었다고 미 행정부 고위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안보 기관 수장 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최근 핵실험 의혹이 의제로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위 관료는 익명을 전제로 “미국도 핵실험을 한다면 러시아, 중국과 핵 군축 협상을 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며 “회의에서 핵실험 재개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한 고위 관료는 “회의에서 핵실험 재개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결론 났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특히 핵실험 재개에 대해 국가핵안보국(NNSA)이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복수의 정보통이 전했다.

이번 회의에 대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측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WP가 전했다.

현재 주요 핵보유국들은 핵실험 금지를 준수하고 있지만, 미국은 최근 몇 달 간 러시아와 중국이 저위력(low yield) 실험을 실시해 핵에너지를 방출함으로써 무수율(zero yield) 실험 기준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양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러시아나 중국과 달리 새로운 핵실험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만약 양국이 협상을 거부할 경우 핵실험을 재개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의 역시 러시아와 중국에 ‘언제든지 핵실험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지난 1945년 이래 핵을 보유한 8개국이 2000건의 핵실험을 수행했다. 이 중에서 1000건 이상이 미국이 실시한 핵실험이다. 미국은 지난 1992년 이후 핵실험을 중단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군사분계선을 두고 북미 정상이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군사분계선을 두고 북미 정상이 악수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하지만 미국이 핵실험을 재개할 경우 세계 안보의 안정성 저해는 물론 대북 협상에서도 방해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 군축협회(ACA)의 다릴 킴벨 사무국장 또한 “미국이 핵실험을 하면 다른 핵보유국도 마찬가지로 추진할 것”이라며 “전례 없는 핵무장 경쟁을 초래하고, 북한도 핵실험 중지를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대북 협상에도 방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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