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3개 지역에 대해 긴급사태 선언 추가 해제를 발표했다. 도쿄 등 5개 지역에 대해서는 오는 25일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출처: 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1일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3개 지역에 대해 긴급사태 선언 추가 해제를 발표했다. 도쿄 등 5개 지역에 대해서는 오는 25일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지난해까지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여러 가지 난제에 직면하며 위기에 몰렸다.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19가 터지고 도쿄올림픽 연기, 경제 침체 등 악재로 고전 중인 아베 총리는 최근 검사 정년을 늘리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 시도까지 시민들과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무마되면서 좌절을 겪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 6424명이며 사망자는 777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아베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에 대해, CNN은 22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방역시스템 실패, 경기 침체로 다운됐던 일본 국민이 검찰 장악까지 시도하려는 아베 정권에 대해 인내심이 폭발했다며 최근 일본 SNS에서는 아베 총리를 불난 집의 도둑으로 풍자한 캐릭터와 이미지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정권은 최근 검찰 간부의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추진했으며 반대 여론이 커지자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보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아베 총리가 국민으로부터 뭇매를 맞는 가장 큰 원인은 대유행 조짐이 보이던 2~3월 골든타임에 방역 총력체제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베가 연초 코로나19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이유는 도쿄올림픽 개최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최근 BBC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책정한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예산은 1조 3500억엔(약 15조 3500억원)이었다. 이 중 경기장 사용 비용 등에 530억엔(약 600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내년 7월 도쿄올림픽이 열리기 위해서 올해 10월까지 개최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최가 늦어질수록 일본은 천문학전인 금전적 손해를 입고 있다.

7일 일본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7일 일본 도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아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8~10일 전국 유권자 1132명의 응답을 얻어 발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58%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부정평가 이유에 대해선 “코로나19 방역 실패” “신뢰할 수 없어서” 등의 답변이 주를 이뤘다.

지난 13일 아사히신문은 위기 속의 일본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수출국인 한국과 교류를 재개하고 양국 간 관계를 다시 열기 위한 각료끼리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 내각부는 코로나19 쇼크로 일본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보다 0.9%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추세가 1년 지속되면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3.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N은 일본은 코로나19 여파로 2분기에도 연속 감소세를 유지하며 기나긴 경기 침체에 들어섰다며 지난달 일본 수출이 10년여 만에 최대 수준으로 급감했으며 민심을 잃은 아베 총리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고 전했다.

21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21.9% 줄어든 5조 2023억엔(약 59조 5000억원), 수입은 7.2% 감소한 6조 1327억엔을 기록하면서 무역수지가 9304억엔 적자를 나타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사태 선언 발령 대상 지역을 기존 7개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들에게 협력을 촉구했다(출처: 뉴시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사태 선언 발령 대상 지역을 기존 7개에서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들에게 협력을 촉구했다(출처: 뉴시스)

CNN에 따르면 일본 경제의 16%를 차지하는 수출은 주요 무역파트너들과 거래가 끊기면서 2011년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전국을 강타한 이후 가장 급격하게 하락했다. 도쿄 디즈니랜드도 일본이 5월 말까지 비상사태를 연장한 후 5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근무일수를 줄였으며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확진자수가 조금씩 줄어들자 22일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사태 발령 지역을 추가로 해제했다. 이로써 긴급사태 효력이 계속 유지되는 곳은 전국 4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도쿄를 비롯해 5개 지역만 남게 됐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아베 정부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1월이나 2월 사이 코로나19 진단테스트를 좀 더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국민에게 방역수칙을 권고했다면 확진자들이 지금처럼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베 정부는 일찌감치 조언한 방역 전문가들과 일본 매체의 충고도 무시했다. 한국과 대만이 충실한 PCR(유전자 증폭) 검사와 IT(정보기술)를 기반으로 확진자를 추적하고 방역에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검찰총장에 임명하려던 구로카와 히로무 도쿄고검 검사장이 도박 파문으로 21일 물러나면서 아베 정부는 치명타를 입었다.

일본 언론은 벌써부터 얼마 남지 않은 아베의 정치 행로가 어둡다고 내다보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 종식 후 경제 회복이다.

지난 19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의 올해 2분기(4~6월) GDP 성장률 예측 평균은 연율기준 -21.2%였다.

아베의 자민당 총재와 총리 임기는 각각 내년 9월 30일, 10월 21일이다. 코로나19가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지만 경기 회복, 도쿄올림픽 개최, 수출 규제에 따른 산업 경쟁력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아베 총리가 어떻게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임을 얻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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