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물] “둥글둥글 함께하자” 大同의 상징… 마음으로 먹는 ‘광주주먹밥’
[지역명물] “둥글둥글 함께하자” 大同의 상징… 마음으로 먹는 ‘광주주먹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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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광주정신을 담은 ‘광주주먹밥’이 꽃잎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제공: 광주시) ⓒ천지일보 2020.5.22
형형색색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광주정신을 담은 ‘광주주먹밥’이 꽃잎으로 예쁘게 장식돼 있다. (제공: 광주시) ⓒ천지일보 2020.5.22

 형형색색 대표음식 ‘주먹밥’

80년 5월, 광주거리서 태어나
함께하는 대동과 공동체 정신

정의·나눔의 밥, 어머니心 담겨
주먹밥 상품화… 판매처 11곳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우리의 손은 무엇을 쥐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민주주의와 5.18은 어떤 의미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음식이 있다. 소금물에 간한 짭조름한 흰 쌀밥에 김을 뭉쳐 만든 음식인 ‘광주주먹밥’이 그것이다. 흔히 주먹밥은 먼 길을 떠날 때 서민층이 필히 챙겼던 간편한 음식이다.

이토록 간편한 주먹밥이 광주시민들에게 회한어린 질문과 대면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인즉 주먹밥이야말로 아픈 오월 광주의 기억 속에서 가장 따뜻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주먹밥은 그냥 밥이 아니다. 단순한 전투, 비상식량도 아니다. 고난을 함께 나눈 나눔의 실천이자, 모두가 함께 한다는 ‘대동(大同)’과 ‘공동체 정신’의 상징이다.

광주5.18민주화운동의 비밀을 담고 있는 광주주먹밥은 먹는 이에 따라 달기도 하고 짜기도 하며 때론 쌉싸름하기도 목이 메기도 한다. 이름 없는 어머니들이 만든 정의의 맛, 나눔의 밥이기에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광주만의 고유함을 담은 다양한 레시피를 발굴, 현재 트렌드를 반영한 퓨전음식으로 탄생한 ‘광주주먹밥 세트’(묵은지 불고기쌈 주먹밥·강황불고기 주먹밥·매웁닭 주먹밥), 광주시에서 주먹밥을 판매하는 곳은 ‘밥콘서트’ 등 11곳이 있다. ⓒ천지일보 2020.5.22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광주만의 고유함을 담은 다양한 레시피를 발굴, 현재 트렌드를 반영한 퓨전음식으로 탄생한 ‘광주주먹밥 세트’(묵은지 불고기쌈 주먹밥·강황불고기 주먹밥·매웁닭 주먹밥). 광주시에서 주먹밥을 판매하는 곳은 ‘밥콘서트’ 등 11곳이 있다. ⓒ천지일보 2020.5.22

그날의 연대, 공동체 엄마 마음

광주주먹밥은 1980년 5월 광주의 거리에서 태어났다. 대인시장, 양동시장, 남광주시장, 시장 상인들뿐 아니라 중흥동 등 광주 시내 여러 동에서 부녀회를 중심으로 돈을 모으고 쌀을 모아 주먹밥을 만들었다. 시민군들을 위해서였다. 그들(시민군)은 어느 누구의 동생이나 자식, 이웃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1980년 5월 22일 대인시장 상인 하문수씨는 주먹밥을 만들 밥을 찌고 있었다. 쌀은 대인시장의 대지방앗간에서 가져다 솥을 걸어 밥을 했다. 모두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십시일반 돈을 거둬 밥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을 하문수씨는 이렇게 기억한다.

“나 먹을 쌀도 없으면서, 애들 한 끼씩 덜 먹이면서 그렇게 해먹인 밥이야. 참 짠하고 마음이 아파서….”

당시 대인시장에서는 한가마니에 2만 5000원이나 하던 쌀을 하루에 세가마니씩이나 주먹밥으로 만들어 동생 같고 자식 같은 시민군에 보냈다. 시장 골목의 누가 시작했는지 몰라도 솥을 걸고 밥을 짓기 시작했고, 물을 떠다 날랐다. 하루 종일 주먹밥을 만드는 동안 두려움보다 용기가 더 생겼다. 오로지 이웃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이념도 정치적 신념도 없이 총을 들고 나가 싸우고 배고파 죽겠다는 학생들을 위해 수많은 이름 없는 어머니들이 아무 사심 없이 주먹밥을 만들어 나르던 그런 거리, 1980년 오월 광주의 거리의 풍경이었다. 그렇게 내 것 네 것 할 것 없이 나누던 대동 세상에서 주먹밥은 태어났다.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응원처럼 ‘오월 광주를 잊지 말자’는 약속처럼 주먹밥의 유래는 그렇게 시작됐다.

광주에서는 해마다 5월이 오면 그날의 아픔과 눈물이 서린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다. 학교 급식에서도, 금남로 거리에서도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 먹는다. 어린이들은 재미삼아 체험하고, 웃고 떠들며 맛있게 먹는 주먹밥을 어른들은 울컥한 마음으로 먹는 서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은 참기름도 넣고 취향대로 다른 부재료도 넣는 등 1980년 그날과는 만드는 방법이 달라졌지만, 주먹밥에 담긴 마음만은 같다.

광주 대표음식으로 선정돼 상품화 브랜드화 되고 있는 광주주먹밥 상치림. (제공: 밥 콘서트) ⓒ천지일보 2020.5.22
광주 대표음식으로 선정돼 상품화 브랜드화 되고 있는 광주주먹밥 상치림. (제공: 밥 콘서트) ⓒ천지일보 2020.5.22

주먹밥 상품·브랜드화 추진나서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광주주먹밥 상품화와 브랜드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광주주먹밥 전문점인 밥 콘서트를 포함해 11곳에서 광주주먹밥을 판매하고 있다.

광주주먹밥은 ‘나눔과 연대의 광주공동체 정신’을 상징하는 음식으로 브랜딩 하기 위해 지난해 상표등록을 출원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레시피 공모전’을 통해 광주만의 고유함을 담은 다양한 레시피를 발굴하고 현재 트렌드를 반영한 퓨전음식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광주의 관문인 송정역사에 광주주먹밥의 입점을 지원하고 공모를 통해 ‘광주주먹밥 시범업소’를 선정해 체계적인 마케팅 지원으로 주먹밥 판매 음식점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지난해 광주대표음식 선정위원회에서는 100인 토론단의 선택 결과와 시민 의견을 종합해 광주대표음식으로 7개의 음식(광주한식, 광주오리탕, 광주주먹밥, 광주상추튀김, 광주육전, 무등산 보리밥, 광주송정떡갈비)을 선정한 가운데 광주주먹밥도 포함됐다. 이중 광주주먹밥을 상징적 분야, 광주상추튀김을 차별성 분야, 무등산보리밥을 대중성 분야로 미래전략 육성 음식을 선정했다.

한편 광주시는 올해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간에 ‘광주주먹밥 먹콕 챌린지’를 진행한다. ‘가정의 달, 슬기로운 먹콕 생활’이라는 주제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오는 6월 14일까지 광주주먹밥으로 홈피크닉을 즐기는 방법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모한다.

시는 앞으로 광주주먹밥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 상품화·브랜드화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나누자’ ‘함께하자’라는 간절한 소망, 군사 정권의 엄혹한 계엄령 속 총검에 찔리고 총탄에 맞으면서도 민주주의를 위해서 공동체를 위해서 오직 서로를 의지하며 나눠 먹었던 주먹밥. 그날을 잊지 말자는 듯 오월이면 광주주먹밥을 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오월정신을 상징하는 ‘광주주먹밥’이 대표음식으로 선정돼 상품화된 강황주먹밥과 매웁닭 주먹밥. ⓒ천지일보 2020.5.22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오월정신을 상징하는 ‘광주주먹밥’이 대표음식으로 선정돼 상품화된 강황주먹밥과 매웁닭 주먹밥. ⓒ천지일보 20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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