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와 재정위원장에 美유학파 경제전문가..과제 산적

(서울=연합뉴스) 리비아 반군의 임시정부가 재무장관 등 요직 선임에 나서면서 미지수였던 반군 주도세력과 임시정부의 윤곽이 차츰 떠오르고 있다.

반군 구심체인 국가위원회는 23일(현지시각) 임시정부의 사실상 재무ㆍ경제장관인 재무ㆍ상업위원장으로 미국 대학 교수인 알리 타로니(60)를 지명했다.

벵가지 출신인 타로니는 대학생 시절 카다피 정권 치하에서 학생운동을 하다 수감 생활을 겪은 뒤 지난 1973년 미국으로 이주했고, 이후 카다피 정권에 의해 리비아 시민권이 박탈되고 1978년 궐석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

타로니는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ㆍ재무학 박사학위를 받고 워싱턴대(大) 포스터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제학ㆍ재무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카다피 정권 반대 운동에도 활발히 참여해왔다.

지난달 반정부 세력이 벵가지를 장악한 지 며칠 뒤에 벵가지로 돌아온 타로니는 애초 공식적 역할을 맡기 주저했으나 임시정부 측의 설득으로 경제 자문역으로 일하기로 동의했다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전날 임시정부 총리 마흐무드 지브릴(59)의 선임에 이어 이날 타로니가 임시정부의 경제 책임자로 뽑힌 것은 그간 외부에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던 반군 주도세력의 이념 및 임시정부의 지향을 엿볼 수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무엇보다도 이 둘 모두가 미국 대학에서 공부한 경제전문가들이라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미국 피츠버그대(大) 박사 출신인 지브릴 총리는 리비아 국가계획위원회 대표와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의장을 지냈으며, 타로니 위원장은 수십년 간 미국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친 인물이다.

따라서 아랍권의 누구보다도 서구식의 합리적ㆍ세속적 사고방식이 내면화된 전문가들로서 국가 운영능력 또한 어느 정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국가위원회는 이미 세속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 정권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방에서는 그간 반군 세력에 대해 알-카에다와의 연관 가능성, 국가 운영 능력 여부 등 여러 의구심을 나타내왔다.

전날 짐 웹(민주) 미국 상원의원은 "오바마 정부는 카다피 국가원수를 축출하려는 반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고 그들이 성공했을 때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알지 못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브릴 총리와 타로니 위원장의 선임으로 이러한 의구심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반군 임시정부에 대한 서방의 지지 입장을 굳게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제 간신히 꼴을 갖추기 시작한 임시정부의 당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재원 확보이다.

이에 대해 타로니 위원장은 "지금 우리가 현금이 모자라서 위기는 아니다. 우리는 어느 정도 유동성이 있어서 기본적인 것들은 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이미 리비아중앙은행(LCB)과 다른 은행들의 벵가지 지점에 이미 상당한 현금이 확보돼 있으며, 영국에서 인쇄해 카다피 행정부에 보내기로 했던 리비아 화폐 14억 디나르(약 1조2천억원)를 영국정부가 임시정부에 제공하기로 약속했다고 타로니 위원장은 설명했다.

또 각국 정부들이 동결된 리비아 국부펀드 자산을 바탕으로 임시정부에 신용을 제공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에 대해서는 임시정부 자금이 충분한데다 현재 반군이 관리하는 석유 생산량이 하루 약 13만배럴로 상대적으로 적은 양이어서 석유가 당장 급한 사안이 아니며 해외 기업ㆍ기관과의 기존 석유 관련 계약을 모두 존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타로니 위원장은 반군 세력이 그간 과정에서 경험 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저질렀으며 여전히 여러 과정이 혼란스럽다고 평했으나 곧 이를 극복하고 "먼저 우리 집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으니 모두 정리하겠다"고 조속한 혼란 종식을 약속했다.

리비아 반군 임시정부가 핵심 인물 선임과 자금 확보 등을 통해 기본 윤곽을 하나 둘 갖춰나가고 있으나 정상적인 국가의 틀을 이루기까지는 아직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어 이들이 헤쳐나갈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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