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0

 

헌정사 최초 현직 대통령 탄핵

법안 처리율, 37.6%에 불과

선거제개혁안 두고 욕설‧몸싸움

여야, ‘일하는 국회’ 공감대 형성

[천지일보=명승일, 이대경 기자] 오는 29일 공식적으로 회기가 종료되는 20대 국회는 20일 본회의를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오후 마지막으로 열린 본회의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법안과 텔레그램 n번방 방지법, 형제복지원 사건 등과 관련한 과거사법 개정안을 포함한 133건의 법안을 포함한 141건의 안건이 통과됐다. 그러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일 기준 국회에 제출된 2만 4195건의 안건 중 9119건이 처리됐다. 실질적인 법안 처리율은 37.6% 정도에 불과해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지난 2016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의 구도로 출발했다. 20대 국회는 임기 첫해인 2016년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은 그해 12월 9일 본회의에서 재석 299명 중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통과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됨에 따라 집권여당이 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입장이 뒤바뀌게 됐다. 20대 국회에서 여야의 대치는 2017년 헌정사 최초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본격적으로 표출됐다. 2018년은 연초부터 연말까지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어진 한해였다. 특히 2018년 3월 문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로 보냈지만, 야당의 반발 속에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되면서 대치가 심해졌다.

작년에는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권력기관·선거제 개혁을 둘러싼 여야 정면충돌로 점철되면서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동물국회’가 재연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 등 쟁점법안을 밀어붙이려는 민주당과 소수정당, 이를 저지하려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육탄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무더기 고소·고발전을 벌이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9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2.29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 설치법안은 통합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과 민주당의 임시국회 회기 쪼개기 살라미 전술이 오가는 끝에 지난해 12월 말에 차례로 통과됐다. 국회선진화법 이후 한동안 법정시한을 지켜왔던 예산안 처리 기록도 20대 국회에서 깨졌다. 2016년에는 법정시한인 12월 2일 본회의를 열어 자정을 넘긴 3일 새벽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2017년에는 12월 6일, 2018년에는 12월 8일, 2019년에는 12월 10일로 지각 처리가 일상이 됐다.

지난 20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여야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주당은 특히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에 앞장서겠다는 각오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1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숙의 총량을 유지하되 결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상시국회,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폐지, 복수 법안소위 확대 등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1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 국회의장으로 확정된 민주당 박병석 의원도 개원 직후 일하는 국회 개혁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엇보다 177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으로 탄생한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후반기를 뒷받침할 각종 개혁법안을 처리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민주당은 통합당을 향해 조속한 원구성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해야 할 21대 국회를 제때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구성의 핵심은 법사위원장 자리 등을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등한시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대야소’ 국면이긴 하지만, 대선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야당도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치를 무시하고, 여당이 각종 법안을 밀어붙일 경우, 야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엄경용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른바 슈퍼여당은 정부의 각종 개혁법안을 관철하려는 태도가 앞설 터인데, 야당의 입장을 반영하는 태도가 중요해 보인다”며 “통 크게 야당에 양보할 건 양보하면서 국정을 원만하게 이끌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여야 4당이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29일 시도하기로 한 가운데,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지정 저지 농성을 벌이는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바닥에 앉아 있다. ⓒ천지일보 2020.1.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여야 4당이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29일 시도하기로 한 가운데,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선거제 패스트트랙지정 저지 농성을 벌이는 자유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바닥에 앉아 있다. ⓒ천지일보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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