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혐의 징역25년 직권남용 10년 벌금 300억원 구형
검찰 “국민이 준 권한 사유화… 오로지 남 탓만 해”
국선변호인 “사적 이득 안 취해… 최서원에 속은 것”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검찰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이정환 정수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총 징역 3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해 징역 25년과 벌금 300억원, 추징금 2억원을 구형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해선 징역 10년과 추징금 33억원을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공범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요청에 따라 문화체육 사업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돈을 내게 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십억 뇌물을 내게 한 것은, 국민의 대통령임에도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자신과 최서원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기업 총수들과 현안을 해결하며 정경유착을 보여주고 국민이 준 공적 권한을 사유화했다”고 질타했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 대해선 “임명권자이자 지휘권자인 대통령과 자금의 은밀한 운영이 허용되는 국정원장 사이에 이뤄진 내밀한 불법”이라며 “이런 내밀한 금품 전달행위에 대해 국민 누구도 공정하고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직무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잘못을 단 한 순간도 인정 않고 오직 남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고, 사법절차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양정을 통해 헌법의 평등가치를 구현, 우리사회에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의 구형을 들은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전부 부인해 왔다”며 “이런 의사를 바탕으로 피고인 이익의 보호를 위해 무죄 판단을 구한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대통령은 유년 시절부터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기까지 국민 행복을 위해 노력했고, 이 사건 이전에는 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으며 국정농단으로 사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며 “최서원을 신뢰했지만, 최서원이 믿음을 저버린 것을 알지 못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큰 정치적 책임을 졌고, 장기간 구금돼 건강상태도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기존 재판과 마찬가지로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모든 재판에 불참하고 있다. 당시 국정농단 재판에서 구속 기간 연장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면서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29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그 재임 중의 직무와 관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뇌물혐의에 규정된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에 속하는 죄와 다른 죄에 대해 분리 선고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분리 선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함께 대기업들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강요하고, 삼성으로부터 최씨의 딸 정유라(23)씨 승마지원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17년 4월 기소됐다.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2심은 여기에 뇌물 혐의를 더 추가해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3명과 공모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국정원 특활비 총 36억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국정원장이 특활비 집행 과정에서 사용처나 지급 시기, 금액 등을 확정하고, 실제 지출하도록 하는 등 회계관리직원이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회계관계직원이 국고에 손실을 입힐 것을 알면서 직무 관련 횡령죄를 범하면 가중 처벌하도록 한다.
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건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엄격히 적용하면서 이번 박 전 대통령 재판부도 해당 혐의를 면밀하게 심리했다.
이 때문에 검찰의 구형이 있기 전 당시 문화체육부 임직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오는 7월 10일 오후 2시 40분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