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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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 서산=박주환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충청권 운동본부가 20일 ‘LG화학의 반복되는 중대재해, 명백한 원인규명과 강력한 처벌만이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충청권 운동본부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

충남 서산의 LG화학공장 촉매센터에서 지난 19일 오후 2시 25분께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촉매센터는 일종의 실험동으로 사상자 3명은 모두 LG화학 대전연구소 소속 연구원이며 모종의 화학물질을 시험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지난 7일 인도 공장에서 SM(스티렌모노머) 유출사고로 12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입원하는 참사를 빚은 바 있다. 또한 이번 사고가 발생한 촉매센터에서는 지난 1월에도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폭발사고가 발생해 안전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LG화학은 이미 지난 2019년 5월 13일 이번 사고와 판박이인 폭발사고로 자사 연구원과 하청업체 직원 등 3명의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과거가 있다. 당시 LG화학은 충북 제천의 하청업체에서 설비를 빌려 화학물질을 시험생산하고 있었고, 설비를 소유한 하청업체는 원청(LG화학)이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는지 물어보지도 못한 채 위험천만한 실험에 협조해야만 했다.

사고조사에 착수한 노동부와 경찰조차도 현장에 남아있는 화학물질이 무엇인지만 확인했을 뿐 설비에 무엇을 주입해서 어떤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번 사고 역시 어떠한 화학물질을 이용해 어떤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는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화학 산업의 특성상 제품의 성분이나 제조공정은 영업비밀로 감춰지는 경우가 많은데다, 2019년의 제천사고나 이번 서산공장 사고의 경우처럼 시험단계에 있는 물질인 경우에는 더더욱 공개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비밀스러운 작업이 안전관리에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음에도 사업주가 이를 개선하지 않고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공장의 사고처럼 화학공장은 자칫하면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러한 공장들의 설비와 공정을 특별히 관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일정 수준의 검증을 마치고 일상적인 생산을 하는 화학공장의 설비라 할지라도 고도로 체계화된 안전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사고를 예방해야 하는데, 검증되지 않은 비일상적인 실험실에서의 작업이나 시험생산에서의 작업은 그 위험성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실한 안전관리가 기업의 영업비밀 보호라는 미명하에 방치되고 있다.

사람이 죽어도 안전관리체계를 개선하지 않고 1년 만에 똑같은 사고를 반복해 또 한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기업의 태도는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명백한 원인규명과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사고 앞에서 보호되어야 할 기업의 비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강제적인 수사와 노동자들의 참여 속에서 진상이 명확하게 공개되어야 말뿐이 아닌 진정한 재발방지 대책이 강구될 수 있다. 사고와 관련된 몇몇 중간관리자들만 업무상과실치사로 처벌한다면 이 사고들은 그야말로 개인의 과실로 인한 사고로 치부되고 LG화학의 안전관리체계의 문제는 또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말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처벌, 그리고 LG화학의 최고경영책임자, LG화학 법인 자체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계속되는 사망사고에도 안전관리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LG화학의 정책과 기업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충청권 운동본부는 이번 사고로 돌아가신 노동자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노동부와 검경은 제한 없는 수사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노동자 참여를 통해 투명하게 진상을 공개하라!

- 노동부와 검경은 중대재해를 반복하는 LG화학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명확히 묻고 강력하게 처벌하라!

- 국회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2020년 5월 20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충청권 운동본부

(대전운동본부·세종충남운동본부·충북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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