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 거부 관련 대법원 결정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은 지난 2004년 종교적 신념이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지 14년 3개월 만에 변경되는 것이다. ⓒ천지일보 2018.11.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사진. ⓒ천지일보 DB

“사건 전엔 신념 밝힌 적 없어”

“총기로 살상하는 게임 즐겨”

징역 1년 6개월…법정구속 면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한 20대 남성이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전쟁게임을 자주 했던 게 약점이 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국인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판사는 지난 14일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A(29)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증거인멸이나 도망 우려는 없다며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한 지방병무청에서 같은 해 11월까지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모 사단 입영부대로 입영하라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대하지 않았다. 폭력과 전쟁에 반대한다는 신념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 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고 진실해야 한다”며 “신념이 깊다는 것은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은 것으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이 사건 입영거부 전까지 대학입시, 대학 진학 예정, 대학 재학, 자격시험 응시, 국가고시 응시를 이유로 입영을 연기해왔을 뿐 국가기관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의 뜻을 피력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전까지 비폭력, 반전, 평화주의와 관련된 NGO 활동이나 시민운동을 하는 등으로 자신의 정치적, 사상적 신념을 외부로 피력하거나 노력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판단했다.

또 “A씨는 유명 전쟁게임을 즐겨했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있다. 이 게임은 가상세계에서 총기로 캐릭터를 살상하는 것”이라며 “비폭력, 반전에 대한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A씨가 이 게임을 즐겨했다는 사정은 과연 내면의 양심이 깊고 진한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조 판사는 “A씨가 제시하는 소명자료만으로는 병역의무 이행이 A씨의 인격적 존재가치를 스스로 파멸시킬 정도로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걸 확인하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경찰·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이 지난 2018년 11월 1일 양심적 병역거부를 병역법 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라고 판단하면서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많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A씨 재판은 진실하지 않은 면피용 병역거부일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경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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