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민식이법, ‘악법 꼬리표?’… 논란 계속되는 이유는
[피플&포커스] 민식이법, ‘악법 꼬리표?’… 논란 계속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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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식이법이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26일 서울 마포구 공덕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대기소인 ‘옐로카펫’이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식이법이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26일 서울 마포구 공덕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대기소인 ‘옐로카펫’이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DB

운전자에게 지나친 형량

“형벌 비례성원칙 어긋나”

민식군 부모 사생활침해 논란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민식이법’을 두고 또다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 12월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차량 운전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악법’이라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번엔 한 유튜브 운영자가 고(故) 김민식(당시 9세)군의 부모에 대해 ‘아들 사망 보험금으로 7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민식이법이 뭐길래?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일으켜 어린이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개정안’과 어린이 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담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법률개정안(특가법 개정안)에 따라 사고 운전자는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되며 상해를 입은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김민식군이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량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민식 군의 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라며 어린이 보호구역 안전 강화와 사고 발생 시 처벌 강화를 요청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후 작년 12월 10일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 3월 25일 이 법이 시행됐다.

당시 특가법 개정안은 재석의원 227명 중 찬성 220명, 반대 1명, 기권 6명으로 가결됐다.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미래통합당 강효상 의원은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법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고 밝혔다. 그는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자는 입법 취지에 십분 공감하지만, 다른 범죄에 견줘 지나치게 형량을 높이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행 직후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민식이법은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게재됐고 35만명 넘게 동의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민식이법에 적용된 특가법 개정안이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민식이법은 운전자의 과실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어린이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망했을 경우 최소 징역 3년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데, 이는 ‘윤창호법’ 내의 음주운전 사망 가해자와 형량이 같다.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로 간주되는데 이러한 중대 고의성 범죄와 순수과실범죄가 같은 선상에서 처벌 형량을 받는다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또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제한속도 30㎞ 이하로 운전을 해도 사고가 나면 이는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책임이 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원칙상으로 운전자의 과실이 0%가 된다면 운전자는 민식이법에 적용받지 않지만, 이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2018년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운전자 과실이 20% 미만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0.5%밖에 되지 않았다. 청원자는 어린이 교통사고의 원인 중 횡단보도 위반이 20.5%로 성인에 비해 2배 이상 높은데 이러한 아이들의 돌발 행동을 운전자로 하여금 무조건 예방하고 조심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부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식이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학교 앞은 무조건 아이들 안전이 우선이라며 운전자의 과실이 없다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법 시행 이전, 민식군의 사고 당시의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민식군의 부모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민식군 부모는 한 인터뷰에서 운전자가 과속했다고 말했지만 막상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결과, 차량 속도는 시속 22.5~23.6㎞였다. 이러한 사실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퍼지면서 “가해 운전자는 속도를 지켰고 민식군 부모가 거짓말을 했다”는 등의 비판을 하며 여론이 좋지 않았다.

이에 민식이 아빠 김태양씨는 “사고 난 현장에 저희 친 아버님이 계셨고 그 당시 어떻게 운전했길래 사고를 냈냐고 물었더니 운전자가 현장에서 ‘한 시속 40~50㎞ 정도로 달린 것 같다 죄송하다’ 말씀하셨고 그 이후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저희 기준에선 과속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주장한거다”라고 해명했다.

최근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엔 김민식군 부모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다. 지난 12일 유튜브 채널 ‘생각모듬찌개’의 운영자 최모씨는 ‘정말 충격입니다. 민식이법 가해자, 지인 통화 내용’이라는 영상에서 최씨는 민식이 교통사고 가해자의 지인이라고 주장하는 제보자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제보자는 ‘김군의 부모가 사고 가해자의 보험사에 7억원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민식군 부모는 유튜버가 공개한 사생활이 ‘가짜 뉴스’라며 유튜버를 고소했고 최씨는 “거짓말이 아니다”라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식이법으로 달라진 것들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차량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체들은 저마다 스쿨존을 피해갈 수 있는 기능을 적용했다. 운전자 사이에서 스쿨존 운행을 꺼리는 ‘민식이법 공포’가 확산된 것을 반영한 서비스다. 스쿨존을 우회하게 되면 목적지까지 거리는 길어지고 시간과 연료가 더 많이 소비되는 단점이 있더라도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보다는 낫다는 반응이다.

운전자보험을 찾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개 손보사가 교통사고 벌금 보장액을 최대 3천만원으로 올린 상품을 내놓은 후 지난 4월 한 달간 45만건이 넘는 신규 계약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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