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協 "사태발발 뒤 2주간 7천900만달러 피해"
해외건설協 "단기 수주차질..장기적으론 기회요인"

(서울=연합뉴스) 케이블 등 전기 기자재를 주로 수출하는 A사는 리비아 사태 발발 이후 현재까지 수출대금 67만달러를 회수하지 못했다. A사는 리비아 정정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연말까지 140만달러의 수출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리비아로 과즙 음료를 수출하는 B사는 2월 중순에 도착해야 할 수출물량이 현지통관을 하지 못해 135만달러의 피해가 났다. 지난 5년간 리비아에 안정적으로 음료를 수출해왔던 이 업체는 조속히 사태가 해결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리비아로 기계류를 수출하는 C사도 사태 발발 이전에 선적한 기계를 두바이 등 인근지역에 옮겼지만 400만달러의 수출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연간 5천100만달러의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C사의 판단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23일 무역센터에서 개최한 '중동의 정세변화와 우리의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한국무역협회는 이 같은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리비아 사태가 연말까지 갈 경우 국내 업체의 연간 수출피해와 건설수주 차질 규모가 총 1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협회 측은 전망했다.

◇수송기계류 피해 가장 커..정부 지원확대 건의
협회가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 리비아에 수출하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에 응한 278개 기업 가운데 33.1%인 92개사에서 수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대 리비아 수출은 지난해 14억1천만달러로 중동 국가 중 6위에 해당하며 전체 중동 수출규모의 5% 내외를 차지한다.

사태 발생 이후 최근 2주간 대(對) 리비아 수출차질 규모는 7천900만달러 내외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는 리비아에 대한 총 수출규모의 5% 수준에 해당한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건설 중장비 등 수송기계류가 총 47개사 6천200만달러로 가장 피해가 컸으며, 석유화학제품이 10개사 800만달러, 전기전자제품 10개사 440만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선적중단 및 운송ㆍ통관 차질이 33%로 가장 많았고, 수출대금 미회수ㆍ지연(30%), 계약 중단ㆍ지연(22%) 등의 순이었다.

무역협회는 리비아 사태가 연말까지 장기화되면 건설 12억달러, 기계류 1억9천만달러, 전기전자 8천500만달러, 화학공업 4천100만달러의 수출피해가 날 것으로 전망했다.

협회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새 수출시장을 개척하겠다고 응답한 업체가 53.7%, 기존 시장에 대한 수출물량을 확대하겠다고 응답한 업체가 40.2%로 나타났다"며 "수출차질 물량을 내수용으로 전환하겠다는 답변은 2개사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피해 수출업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특히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 무역금융한도를 확대하고 사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수출자재 및 기업운영자금을 장기저리로 융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향후 리비아에 대한 수출을 재개할 때 수출보험과 금융지원을 확대 적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계약분쟁 철저 대비해야..장기적으로 설비투자확대 시 기회요인"
해외건설협회는 단기적으로 리비아 등 일부 국가에서 건설 수주활동의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업체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협회는 "리비아에 진출한 기업들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전원 철수한 상태로 사태 진정 시까지 공사 연기와 공사비 지급 중단이 불가피하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신규발주 취소 또는 무기한 공사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협회는 국내 6대 상위 건설사 기준으로 북아프리카 지역의 수주비중이 18%에 불과해 실질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동 사태의 주원인인 경제에 대한 불만 해소를 위해 인프라와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돼 한국 업체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협회는 "건설경기 부양은 실업률 해소 등 민생 경제현안을 해결할 최우선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이며 유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막대한 오일머니를 통한 신규 발주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카타르, UAE, 쿠웨이트 등의 국가도 이번 사태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국민 복지향상을 위한 주택, 교육, 의료 및 인프라 개선작업을 촉진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어 우리 기업의 대응책에 대해 "발주처ㆍ협력사 등과 발생할 수 있는 계약분쟁에 대비해 공문과 이메일 등 모든 관련서류를 축적해 놓아야 한다"며 "플랜트 중심 수주에서 탈피해 그린빌딩, 신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수주노력 다각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G20 국가 상시 모니터링한 것처럼 중동도 철저 분석해야"
한국외대 서정민 교수는 '중동 시민혁명의 문화적 배경과 향후전망' 발표에서 "석유수급에 대한 심리적 불안정으로 저강도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증산능력과 학습효과로 인한 원유 수급체계 개선노력, 미국의 사태진화 노력이 가속화하고 있어 제3차 오일쇼크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중동지역의 국가주도형 경제구조 변화 가능성에 주목, "장기적으로 성장보다 분배기조가 강화되고 상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무역보다는 제조업분야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며, 노동력의 자국인화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중동 관계에 대해선 "포괄적인 대중동 전략보다는 쌍무적 동반자 관계 구축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제뿐 아니라 문화외교도 필요하며 문화원 설치를 늘리고 공적개발원조(ODA) 기금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교안보연구원 인남식 교수는 정부가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G20 각국의 정치ㆍ경제 상황을 모니터링한 것처럼 중동지역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교수는 "한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밀접했던 산유국과 건설플랜트 시장 대상국에 대해 정례 상황보고를 하고 분석팀을 구성해 전반적인 정세변화 추이를 정부와 공공기관에 전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도국을 상대로 한 새마을운동과 경제개발경험 전수 등과 같은 발전전략 전수 콘텐츠와 더불어 시민사회 형성과 민주주의체제 운용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는 콘텐츠 공급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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