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 소장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은 얼마나 할까?” 가치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1주당 25만 3955달러(5월 15일 종가)로 한화로는 대략 3억 1500만원선으로 수십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으로 꼽힌다. 

워런 버핏은 2019년 3월 기준 포브스 선정 세계 3대 부자다. 그는 11살 때 100달러를 가지고 주식에 투자해 825억 달러(약 101조)에 달하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버핏의 고향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본사가 있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매년 5월 첫 번째 주 토요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주주총회는 전 세계에 온 수만명의 주주들로 축제분위기를 방불케 한다. 주주들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최고경영자 버핏의 한마디 한마디에 열광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주주총회는 라이브 동영상으로 대체됐다. 무엇보다도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역대 최악의 성적을 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에 497억 달러(약60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도 216억 달러(약 26조원)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주를 대규모 손절매한 데다 은행주의 주식 평가손실이 반영된 탓이다. 특히 버핏의 항공주 매수는 2016년부터 미국의 4대항공사(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의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투자의 달인 버핏도 자신의 투자 실수를 인정하면서 최근 미국의 4대 항공주 주식을 전량 손절매한 데 이어 은행주도 일부 팔아 치웠다. 

버핏은 현재는 미국 주식을 저가 매수할 시기가 아니라며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에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유 현금은 1370억 달러(약 168조원)로 지난해 말보다 93억 달러(약 11조원) 늘어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보다는 현금 확보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또한 “증시가 많이 하락했지만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버핏의 움직임과는 대조적으로 연일 국내외 항공주와 은행주를 사들이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들어 미국주식을 42억 달러(약 5조200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불과 5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순매수액(24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미국 주식을 사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은 3월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애플, 아마존 등 미국 우량주를 대거 사들인 데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 은행 등 낙폭 과대주를 대거 매수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4월 이후 낙폭이 커진 항공주도 대거 사들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는 지난 3월 19일 1457로 1500선이 무너진 뒤 한달여만에 1900선을 회복하면서 V자형 반등을 보여줬다. 일부에서는 모처럼 동학개미운동(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들이 쏟아낸 물량을 적극 매수하면서 한국증시를 방어하는 모습을 빗댄 용어)이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성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지금이라도 삼성전자를 사야하는지를 고민하는 생애 최초 개인 투자자들도 많아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로나 사태가 진행 중인 데다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 채권, 금 같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세계 소비의 중심인 미국과 유럽의 셧다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수보다 수출비중이 높은 신흥국에서는 발을 빼고 있는 형국이다. 위험자산 회피현상으로 달러가치가 뛰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주식은 덜 매력적이다. 환차손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거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주식을 본격적으로 사들여야 가능하지만 현 시점에서 둘 다 가능성이 떨어진다. 증시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워런 버핏이 현금을 비축하면서 뼈아픈 손절매를 만회할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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