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교육부가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으로 초·중·고 등교 개학을 일주일씩 연기해 5월 20일 고3이 첫 등교를 강행한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에도 학교 방역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실기 수업을 꼭 해야 하는 특성화고, 예고와 대학입시 일정이 맞물린 탓이다.

이런 와중에 교직원과 고등학생이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고,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학원 강사 확진자로부터 과외를 받은 중학생, 중학생과 접촉한 초등학생이 3차 감염, 노래방으로 이어진 4차 감염까지 일어났다. 계속되는 전염이 불안한 학부모들은 등교 시 집단감염 발생을 우려하며 등교 연기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하고 있다. 

청원자는 “코로나19의 신규 확진자 수가 50명 이하로 감소했지만, 등교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생각됩니다. 학교는 코로나 19의 확산에 매우 적합한 장소입니다. 학생들이 일일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며, 집단활동이 잦으므로 학생들 간의 접촉이 빈번합니다.

가장 위험한 문제는 급식입니다. 단체식사의 특성상 단 한 명의 확진자가 섞여 있어도 학교 전체가 감염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자택으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확진자가 존재한다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큽니다. 섣불리 등교 개학을 추진한 후 집단감염을 맞이하게 된 싱가포르의 사례도 주목해야 합니다. '방역 모범국'이 개학 후 단 이틀 만에 집단감염이 발생해 결국 다시 재택수업을 시행했습니다. 확진자 수가 1000명 미만이던 싱가포르는 확진자가 급증해 6500명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은 싱가포르를 본보기 삼아 온라인 개학을 장기화하고, 코로나19가 한국에서 완전히 종식되거나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등교 개학 시기를 미루어주시기를 청원합니다”라고 했다.

이태원 클럽뿐만 아니라 지난 황금연휴에 온 국민이 제주도와 강원도로 몰려갔다. 심지어 서울 근교의 산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식당에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너무 섣불리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을 허용한 게 아닌가 싶다. 연휴가 끝난 2주 후를 개학으로 잡았다면 추가 연기를 하지 않았을 텐데 5월 13일로 성급하게 개학일을 잡아 또 연기하는 바람에 학교와 학생만 혼란에 빠졌다. 지금까지 개학 연기를 1주, 2주, 찔끔찔끔하는 바람에 학교는 제대로 된 학습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했다. 방학이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간 보기식 연기만 계속하면 온라인 수업마저 내실 있게 진행되지 못한다.

학생 등교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청은 계속 엇박자 대책을 내놓으며 중구난방이다. 고3 등교, 수능 연기 일자, 다른 학년 등교 여부 등을 교육청별로 다르게 발표하고 있다. 등교 결정은 교육부가 하고, 세부 지침은 교육청이 만들고, 학습 책임은 학교장 몫인 탓이다. 등교 안 해도 체험학습 출석으로 인정한다니 등교 최종 책임은 학부모, 학생에게 전가했다. 그러면서 “학생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말은 빼놓지 않고 한다. 현재 고3, 중3 법정 수업일수는 177일, 고1·2, 중1·2는 173일로 조정됐다. 이 수업일수에서 1/3 이상 결석하면 유급이 된다. 온라인 수업은 수업일수 부족으로 유급을 막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현재 학교의 온라인 수업도 어느 정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정도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안정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나라에 속한다. 그렇다면 굳이 4차 감염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고3을 제외한 학년의 개학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 고3이 1, 2학년 교실까지 활용해 거리 두기 수업을 하고 나머지 학생들에 대해서는 1학기 수업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을 제시해 학교나 학생이 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개학하기 전에 이태원 클럽 사태가 터져 그나마 다행이다. 개학 후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터졌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날씨가 더워지며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스크를 온종일 쓰고 대화조차 안 하며 있을 리 없다. 등교 개학 후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오면 또다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며 발생할 혼란은 말처럼 쉽지 않다. 지난주 개학한 프랑스 학교에서 7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해당 학교가 다시 폐쇄됐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학생들의 등교를 연기하고 온라인 수업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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