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양노르솜 호수살리기 시민연대는 2010년 5월 몽골 바양노르솜 현지에서 1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사진제공: 바양노르솜 호수살리기 시민연대)

 

죽어가는 땅에 물 공급‧나무 심기‧호수 살리기 등

22일은 ‘세계 물의 날(World Day for Water)’이다. 이날은 개발도상국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제47차 UN 총회에서 제정한 날로서, 수자원 보존과 먹는 물 공급의 중요성을 알리고 정부·국제기구·비정부기구·민간부분의 참여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물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우리나라도 ‘물 부족 국가’로 지정돼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물 부족 지역인 아프리카나 중동, 중앙아시아 등을 돕기 위해 먹는 물을 공급하고 죽은 땅으로 여기는 사막에 나무를 심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불가능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세계인을 돕고자 나선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해수를 담수로 바꾼다

OECD 보고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40%가 식수난과 농업‧산업용수난을 겪고 있다.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다.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증발방식 담수화 설비’가 있다. 해수(海水)를 담수(淡水)로 변환시키는 기술인데, 한마디로 바닷물을 끌어다 사람이 먹을 수 있고 각종 용수로 쓸 수 있는 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바닷물을 끓이면 발생하는 수증기를 응축해 사람이 쓸 수 있는 물로 만드는 ‘증발방식 담수화 설비’는 우리나라의 두산중공업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40%)를 차지하고 있다.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의 파라잔 담수 플랜트 사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00만 명의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담수 생산 설비를 만들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과 담수를 일괄공급 방식으로 동시에 수행해 중동의 두바이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쿠웨이트, 이란, 바레인 등 모래 도시에 대형 담수플랜트를 통해 물과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체감온도 40도가 넘는 두바이 하잘 산맥 너머 후자이라에는 하루 15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45만 톤의 물이 생산되고 있다. 사막지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 오만 소하르 등 대도시의 도심은 전혀 사막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푸른 모습이다.

 

▲ 권병현 미래숲 대표는 중국 사막에 나무를 심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사막에 심은 나무가 1년 후 자란 모습. (사진제공: 미래숲)
 

◆사막에서 농사도 짓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막에서 배추농사와 밀농사를 지은 사람도 있다. 서울 영동농장의 창업주 김용복(78) 회장이다.

사람들은 사막을 뜨거운 열기와 거친 모래 등 죽음의 땅이라 단정하지만 농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1975년 사우디 주재 회사에서 근무하던 김 회장은 사막 한가운데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농장이 있고 그 작물 사이에서 잡초가 자라는 것을 보면서 배추농사를 지을 생각을 한다. 잡초가 자라는데 배추나 무가 살지 못하란 법은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 회장은 재배법만 터득하면 사우디의 사막이 죽음의 땅이 아닌 꿈을 키워내는 옥토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농장지를 찾아다니고 한국 전문연구기관에 자문을 구했다. 예상하긴 했지만 번번이 부정적인 결과만 나왔다. ‘쉬울 것 같았으면 지금까지 누가 했어도 했지…’ 하는 생각으로 농사지을 방안을 찾았다.

겨우 농장지를 찾아 사막을 정성스럽게 갈아 씨를 뿌리고 관리했지만 땅에선 작은 싹 하나 틔워주지 않았다. 낮에는 섭씨 50도까지 올라가는 불볕에 밤이면 2∼3도까지 떨어지는 기후 조건에다 바람이라도 한번 불면 앞을 분간할 수 없는 누런 모래바람이 덮쳐오는 속에서 실패가 거듭됐다.

그 후 ‘사막에서 야채를 재배하려면 그에 맞는 특별한 농사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특수비료의 배합, 관수시설 등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결국 싹을 틔워내고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1979년 김 회장은 사우디 사막에서 야채를 재배해 처음으로 납품을 시작했다. 농장이 잘 되자 사우디 정부가 밀농사를 제안했다. 당시 밀농장이 있긴 했으나 수확량이 많지는 않았는데 김 회장은 이 농장에서도 최고의 수확량을 거둬 사우디 정부에 납품했다.

김 회장의 농장은 현지인들의 필수 견학코스가 되었고, 이 농장들은 현재는 현지인들이 경작하고 있다.

 

▲ 1981년 제2영동농장 배추밭에서 리아드 농과대학 학생들이 농장을 견학하고 있다. (사진제공: 영동농장)
 

◆황사 발원지가 녹지대로

사막은 중동·아프리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앙아시아에도 몽골·중국 등지에 사막지역이 나타난다. 그중 쿠부치사막은 중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사막으로, 우리나라로 부는 황사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이곳에 나무를 심고 녹지대를 가꾸는 한국인이 있다. 권병현(71) ‘미래숲’ 대표다.

주중 대사였던 1998년, 권 대표는 베이징 하늘을 뒤덮은 잿빛 황사를 목격하고는 죽어가는 사막지역을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중 대학생으로 구성된 ‘녹색봉사대’ 활동을 시작해 400만 그루의 나무를 사막에 심었다. 이 사업은 성과를 거둬 사막화가 진행되기 전 숲에서 살던 벌레와 동물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권 대표가 2000년 한국으로 돌아오자 식수(植樹)사업은 지지부진해졌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권 대표는 2001년에 ‘미래숲’을 설립하고 매년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구성한 ‘녹색봉사단’을 중국에 파견해 한·중 청년교류를 돕고 있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녹색봉사단은 지난해 한국나눔봉사대상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으며, UN 사막화방지협약의 사막화 방지 성공 사례로 선정됐다.

미래숲은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2006년부터 중국 네이멍구 쿠부치사막에서 15km의 띠 모양 녹지대인 ‘녹색장성’을 조성해 왔다. 녹색장성은 사망진단을 받은 쿠부치사막의 모래바람을 막아 사막화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나무 수를 더 늘려 1만 1000ha의 녹지대인 ‘한·중 우호 녹색생태원’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는 권 대표는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누구도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포기하지 않고 나무를 심은 결과, 황폐한 사막에 녹색장성이 생겨나면서 사막에도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다는 세계 최초의 실증 사례가 생겼다”고 말했다.

 

▲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녹색봉사단이 중국 사막에서 나무를 심고 있다. (사진제공: 미래숲)
 

◆죽어가는 호수 살리기

한국으로 불어오는 황사는 중국뿐 아니라 내몽골의 고비사막에서도 온다. 황사 피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사막화를 방지하는 것이고, 그곳에 나무를 심는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에 많은 국내 NGO와 기업들이 황사방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중국에만 집중하고 있고 몽골로 향하는 관심은 적다.

인명진 ‘바양노르솜 호수살리기 시민연대(호수연대)’ 상임대표는 “이곳의 죽어가는 호수를 살려내 푸른 지구를 만들어 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구온난화로 몽골의 호수가 마르고 사막화가 진행되면 지구가 죽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여러 가지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바양노르솜의 호수가 마르는 현상을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 호수를 살려내겠다”며 불교계와 기독교 원불교 등 교계와 시민단체들을 엮어 지난 2009년 NGO단체를 출범시켰다.

바양노르솜이란 뜻은 ‘호수 부자’란 의미다. 예전에는 많은 호수가 있었지만 현재는 3~4개밖에 남지 않았고, 그마저도 매년 크기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몽골은 이미 내몽골 지2010년 5월 인명진 대표와 김동흔 위원장을 비롯한 회원 50여 명은 몽골 바양노르솜 호수를 찾아 나무를 심었다. 마을 주민들의 협조도 구했다.

호수 살리기 운동은 세계 최초라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호수연대 회원들은 성공을 다짐하며 희망을 바라본다. 지구를 살리고 세계인을 돕는 일에 한국인이 함께하고 있다.

 

▲ 바양노르호수는 이곳 1300여 주민들의 생명수이다. 주민 대부분이 목축(방목)을 주업으로 하고 있어 대부분의 가축들이 이 호수에서 물을 먹는다. (사진제공: 바양노르솜 호수살리기 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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