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예정시간보다 늦게 백령도 용기포 선착장에 입항해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충만 수습기자] 서해의 파도는 거셌다. 17일 아침 인천을 떠난 배는 거친 파도 앞에 춤추듯 출렁거렸다. 출발 5시간 만에 겨우 저 멀리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가 보였다.

“백령도는 천안함 사건 이후 외부에서 관광이나 낚시하러 오는 손님이 줄어들었죠. 그래서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힘든 상황입니다” 백령면 진촌리 낚시 집주인의 말이다.

지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사건 1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도 침묵과 긴장이 곳곳에 배여 있었다. 백령도는 북한 땅과 가까운 서해 5개 섬 중에서도 최북단에 있다. 인천에서 191.4km 떨어져 있으며 북한 장산곶까지 거리는 17km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현지 군인과 주민은 백령도를 ‘북한의 옆구리에 들이댄 비수’라고 했다.

▲ 17일 오후 장촌포구에 많은 어선들이 4월부터 6월까지 예정돼 있는 까나리잡이를 기다리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백령도에서 만난 주민은 북한의 도발과 생업에 대한 걱정이 컸다.

지난해 3월 26일 천안함이 침몰한 뒤에 이어진 수색작업으로 백령도의 주요 산물인 까나리잡이는 최적기를 놓쳤고 그해 12월 20일 이어진 연평도 포격으로 전쟁분위기가 조성돼 지금까지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백령면 진촌리에서 민박 및 택시영업을 하는 변동길(49) 씨와 박인자(45) 씨 부부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고 긴장된다.

이 부부는 천안함 사건 당일 저녁에 평소 포사격 훈련과 다른 큰 폭음이 들려서 북한의 공격으로 마을에 포탄이 떨어진 게 아니냐고 긴장 속에 불안한 밤을 보냈다.

변 씨는 백령도 주민들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겪고 나서 북한에서 이상 징후가 보일 때마다 대피훈련을 많이 한다”며 “이제는 북한의 포문이 열렸다고만 해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북한이 포격한다면 “섬에 있는 대피소가 오래돼서 대피의 의미가 없다”며 노후화된 대피소의 현실을 꼬집었다.

현재 백령도에는 대피소가 66개소 있다. 하지만 대부분 낡고 노후화돼 백령면사무소가 1월 말부터 대피소 보강작업을 시작했지만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완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공격으로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 장촌포구에서 연화리로 가던 중 노란색 까나리 그물을 정리하고 있던 남포 1리에 사는 장세광(36) 씨와 조성춘(36) 씨를 만났다.

장 씨는 천안함 사건 때 침몰한 함미를 어군탐지기로 발견해 해군에 알려줘 구조작업에 도움을 줬다.

장 씨는 “여기서 북한 쪽 장산곶 포문이 열리는 것은 흔한 일이라 전에는 불안하지 않았지만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겪은 뒤엔 불안하다”며 “지금도 남북관계의 긴장이 고조돼 있는데다 관광객도 줄어들어 주민이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힘들다”고 걱정했다.

장세광 씨 친구인 조성춘 씨도 “예전엔 북한과 가까워도 사는데 지장 없이 잘 지냈는데 요즘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많아 언제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과 긴장 속에서 일한다”고 전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부터 백령도 방문객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줄었다. 겨울이 지나고 관광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관광객이 좀처럼 늘지 않아 주민들의 주름살은 늘어나고 있었다.
 

▲ 18일 오전 천안함 사고해역이 위치한 연화리 야산에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이 용사들의 얼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본지 기자는 제막식에 앞서 18일 오전 사건해역과 가장 가까운 연화리 야산을 찾았다. 이곳엔 해군이 27일 제막식을 열 예정인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건설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높이 8.7m 규모의 위령탑은 각각 영해와 영토, 국민을 지키겠다는 정신을 3개의 삼각뿔로 형상화했다. 탑 중앙 하단에는 46용사의 얼굴이 새겨진 동판 부조를 만들어 용사들의 모습을 그렸다.

비문에는 ‘비록 육신은 죽었다 하나 그 영혼, 역사로 다시 부활하고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자유대한의 수호신이 되라’는 글귀로 용사들의 얼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 17일 오후 장촌리에서 만난 김병순(82) 씨와 안옥녀(76, 여) 부부가 지난해 있었던 천안함 사건을 회상하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남포1리에 거주하는 김병순(82) 씨와 안옥녀(76, 여) 씨 부부도 지난해 있었던 천안함 사건에 대해 자신의 일처럼 무척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눈으로 보지 못했지만 사고 때문에 산화한 용사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내 자식이 죽은 것처럼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노부부는 천안함 1주기를 앞두고 “정부가 긴장관계에 있는 북한과의 관계를 잘 풀어서 평화롭게 해결해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천안함 1주기를 맞는 백령도 앞바다의 일몰은 46용사의 숭고한 얼처럼 빛났다.ⓒ천지일보(뉴스천지)
한편 백령도는 천안함 1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행사를 계획해 추진하고 있다.

백령도에 있는 초․중․고등학교들은 천안함에 대한 안보교육을 할 예정이다. 주민자치위원회와 부녀회는 벌써 위령탑 제막식을 돕기 위해 준비가 한창이었다.

3월 26일 천안함 사건 1주기를 맞이하는 백령도는 아물지 않는 상처로 아직도 신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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