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나는 지역에 따라 '띠기' '뽑기' '쪽자' 등으로 불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달고나는 지역에 따라 '띠기' '뽑기' '쪽자' 등으로 불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달고나’는 아는데 ‘띠기’는 모른다?

하는 방법은 비슷한데 이름은 달라요~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

흙을 밟으며 노는 놀이가 심신에도 좋다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400번을 휘저어 만든다는 달고나 커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때에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위한 취미 중 하나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달고나 커피’ 만들기.

커피와 설탕, 뜨거운 물을 일정 분량으로 넣어 최소 400번은 휘휘 저어줘야 탄생한다는 달고나 맛이 나는 커피를 보면서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시간 낭비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생각과 해석의 차이이지만 ‘놀이’의 하나로 보면 이 또한 재미있는 추억 하나 만드는 샘이니 400번을 저은들 어떠하며 4000번을 저은들 어떠하겠는가.

다른 이들에게는 시시하게 보일지도 모르나 당사자들에게 재미있는 놀이가 될 수 있다면 이 또한 ‘놀이’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또 하나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으니 ‘달고나’를 부르는 또 다른 단어들이다.

기자가 어린 시절을 보내던 동네에서는 ‘달고나’를 ‘띠기’라고 불렀다. 초등학교 하교 시간만 되면 교문 앞에서 어김없이 마주쳤던 띠기 아줌마와 아저씨는 그 시절 소소한 행복이었다.

 

띠기로도 불리는 달고나는 먹는 재미도 재미이지만 모양에 따라 떼어내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띠기로도 불리는 달고나는 먹는 재미도 재미이지만 모양에 따라 떼어내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하얀 소다를 기다란 젓가락에 콕 찍어 불에 녹아 있는 설탕에 넣어 저어주면 황토색으로 한껏 부푼 ‘띠기’가 어린 학생들의 침샘을 자극하곤 했다.

그 달콤 쌉싸름한 맛은 사실 뒷전이다. 무엇보다 그 시절의 우리들의 관심거리는 철판에 훅 내려친 뒤 납작하게 눌러 여러 그림으로 한껏 모양을 낸 ‘띠기’를 그 모양대로 떼어내는 것이었다. 성공하면 ‘띠기’를 하나 더 주는 그 재미가 쏠쏠했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온갖 방법이 동원되고는 했다. 어떤 아이들은 바늘을 이용해 장인의 정신으로 한 땀 한 땀 떼어내곤 했다. 물론 바늘 한 땀 한 땀에 묻은 침은 두말할 것도 없다. 달고나, 띠기, 쪽자, 뽑기 등 지역별로 그 부르는 이름도 다양했다.

그렇다면 달고나처럼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트램펄린’은 수도권과 충청도, 전북에서는 보통 방방, 방방이로 불렸으며 대구나 경북에서는 봉봉,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는 퐁퐁으로 불렸다. 전남과 강원도 영동 지방에서는 ‘콩콩’으로 불렸다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트램펄린’은 수도권과 충청도, 전북에서는 보통 방방, 방방이로 불렸으며 대구나 경북에서는 봉봉,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는 퐁퐁으로 불렸다. 전남과 강원도 영동 지방에서는 ‘콩콩’으로 불렸다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금도 많은 이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트램펄린’도 지역별로 부르는 이름이 달랐다. 수도권과 충청도, 전북에서는 보통 방방, 방방이로 불렸으며 대구나 경북에서는 봉봉,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는 퐁퐁으로 불렸다. 전남과 강원도 영동 지방에서는 ‘콩콩’으로 불렸다고 한다. 또한 지역 안에서도 동네별로 그 이름이 다르게 불리기도 했으니, 언어라는 것이 참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어린 시절 많이 했던 놀이 중에서도 지역별 이름이 상이한 것을 찾아보면 많다. 지금도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등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사방치기’가 있다. ‘사방치기’라는 말만 들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있다. ‘사방치기’란 이렇다.

운동장에 나뭇가지나 돌멩이를 이용해 커다란 직사각형을 그린 뒤 그 안에 선을 그어 사각형, 삼각형을 만들어 숫자 1부터 8까지 적는다. 이후 숫자 1이 적힌 칸에 돌을 놓은 뒤 숫자 2부터 한 발, 혹은 양쪽 발을 이용해서 마지막 번호까지 갔다가 돌아올 때 던져 놓은 돌을 집은 뒤 밖으로 나와서 뒤로 돌아 돌을 던진다. 그 돌이 숫자 안에 들어오면 그 땅이 바로 ‘내 땅’이 된다. 일명 ‘땅따먹기’다. 지역이나 동네에 따라 사방치기, 땅따먹기, 망줍기, 사방팔방, 1234, 가위팔방 등으로 불렸다. 흙을 밟고 노는 놀이 중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행해졌던 놀이가 아닌가 한다.

 

‘사방치기’는 땅따먹기, 망줍기, 사방팔방, 1234, 가위팔방 등으로 불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방치기’는 땅따먹기, 망줍기, 사방팔방, 1234, 가위팔방 등으로 불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놀이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본격적인 놀이에 들어가기 전 편을 나눌 때 하는 ‘뒤집어라 엎어라’가 있다. 흔히들 일본어인 ‘데덴찌’로 많이 불렸다. 이외에도 ‘편가르기’ ‘엎어라 뒤집어라’ ‘하늘과 땅이다’ ‘으라으라 에야’ 등으로도 불렸다.

언제부터인가 땅 즉 흙을 밟으며 노는 놀이가 많이 사라졌다. 흙을 밟고 자라야 심신이 건강해진다는 말이 있다.

비록 흙을 밟는 일이 쉽지 않더라도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어른들의 역할 중 하나라고 본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닥친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 되도록 바깥출입을 줄이고 있지만 다시금 마음 놓고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을 때 우리의 아이들에게 부모님 세대에 즐겼던 ‘땅을 밟고’ 할 수 있는 놀이를 알려주는 것은 어떨까.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즐거운 놀이. 그것을 사방치기로 부르든 혹은 가위팔방으로 부르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시간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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