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외출을 즐기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달 1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외출을 즐기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B씨 일행 31번 확진 이틀 전 대구클럽서 감염”

B씨 “석달전 역학조사서 클럽감염 모두 밝혔다”

질본 “이태원 전, 클럽감염 없다”… 정말 모르나

질본, 사실대로 밝혔다면 ‘31번’ 낙인 뗐을지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8일로 31번 신천지 대구교인이 확진판정을 받은 지 3개월이 된다. 지난 2월 18일 신천지 대구교인 A씨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후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연일 수백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예상치 못한 집단감염이 터지자 정부와 언론은 신천지를 코로나19 진원지로 몰았다. 이전까지는 방역을 잘했는데 ‘신천지’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식의 발표가 잇따랐다. 곧 전국 신천지교인을 대상으로 타깃검사가 시행됐다.

그렇게 코로나19 대구사태 3개월이 된 18일, 중앙일보가 ‘이태원 석달 전, 대구 클럽 20대 3명 집단감염 있었다’는 제목으로 단독보도를 냈다.

장세진 논설위원은 “20대 초반인 그(B씨)를 인터뷰하던 도중에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태원 클럽보다 약 3개월 전에 대구에서 클럽발 20대 집단감염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B씨에게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신천지 감염자 (2월 18일 확진) 뉴스가 뜨기 이틀 전이었다.

B씨는 “2월 16일(일요일) 밤 친구들과 동성로의 한 클럽에 가서 다음날 새벽 영업 끝날 때까지 놀았다. 17일에 몸에 열이 났지만, 집에서 대기하다 22일 병원에서 검사받았고 25일 확진됐다. 3월 2일 입원해 3월 11일 퇴원했다. 4월에 증상이 생겨 5월 3일 다시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 3명과 같이 클럽에 갔는데 일찍 귀가한 한 명 빼고 모두 감염됐다. 감염된 친구 두 명 중 한명은 완치됐고, 다른 한 명은 아직도 치료 중이다. 나중에 엄마가 확진돼 입원했다가 퇴원했다”면서 2차 감염까지 있었음을 밝혔다.

B씨는 대구 중구 보건소에서 검사를 했고, 역학조사 당시 클럽에 다녀온 사실도 밝혔지만 신천지만 이슈가 됐다고 했다.

◆질본은 모른다는 3달 전 대구클럽 확진자

B씨의 주장대로라면 방역당국은 31번 확진 이전에 대구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있었다는 것을 최소한 2월 25일이나 26일에는 알았다. 또 대구클럽에서 집단감염과 2차 감염까지 발생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장세진 위원은 B씨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질본에 문의한 결과 고재영 질본 위기소통담당관으로부터 “이태원 이전에 국내의 다른 지역에서 클럽발 확진자는 보고된 사례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대구시는 처음에는 3달 전 대구클럽발 확진자가 없다고 했다가 다음날 “B씨가 있었다”고 말을 바꾸면서 “당시에 신천지에 집중하느라 다른 확진자 동선을 챙길 수 없었다”고 답했다.

본지가 직접 31번 발병이후 질본이 2월 25일, 26일에 발표한 자료를 확인했지만 대구 동성로 클럽 확진자에 대한 언급은 공식 보도자료는 물론 브리핑 때도 없었다.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곳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대구교회. ⓒ천지일보 2020.2.18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곳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회) 대구교회. ⓒ천지일보 2020.2.18

◆대구클럽 확진자, 신천지 때문에 묻혔나 감췄나

B씨가 사회적으로 오명을 뒤집어쓸 상황을 스스로 연출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B씨가 역학조사에서 대구클럽발 감염을 밝힌 것이 사실이라면 질본이 알고도 이런 사실을 은폐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구시의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발표는 질본과 조율을 거쳐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구시가 알고도 발표를 하지 않았다면 이는 질본이 발표를 못하게 했을 수도 있다. 물론 당시 신천지에 집중한 나머지 질본에 역학조사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신천지 이슈가 너무 커서 이런 중대한 사실을 외면했다고 하기엔 찜찜한 부분이 적지 않다.

만약 질본이 2월 25일경 “31번 확진 이전에 대구동성로클럽에서 집단감염이 있었다”고 발표했다면 신천지에 대한 비난 수위는 줄어들고, 정부로 화살이 날아갔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간 31번에 대한 비난이 컸던 이유는 31번도 2차 감염자라고 질본이 밝혔음에도, 31번 이전 대구에 감염자가 없어서, 31번이 대구 최초 감염자이고, 슈퍼감염자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만약 2월 25일이나 26일 질본이 “신천지 31번 확진자 이전에 대구클럽발 집단감염이 있었다”고 공식발표했다면 ‘문 열어 둔 방역 탓에 대구 시민이 코로나19에 걸렸고, 신천지도 피해자’라는 인식이 확산됐을 가능성이 크다.

질본이 대구클럽발 감염자에 대해 정말 몰랐던 것인지는 조사해볼 부분이다. 그러나 그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도 하기 전에 대통령이 ‘일상생활 하라’던 때에 코로나19에 걸린 31번과 신천지교인들은 발원지인 중국보다 더 욕을 먹으며 수천 건의 인권피해를 당하고 있다.

◆신천지, 이중잣대의 희생양인가

권력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바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정략적 이중잣대의 피해자는 대부분 기득권이 싫어하는 대상이다. 신천지는 한국 정계와 여론의 주도권을 쥐어온 한국교회가 ‘이단 프레임’을 씌운 곳이다.

신천지 집단감염이 일어난 때는 때마침 총선 전이었다. 절묘한 타이밍에 집단감염이 일어난 신천지를 코로나 진원지로 몰아가도 누구 하나 탓하기 어려운 조건이 만들어졌다. 그런 상황에 대구클럽발 감염이 실수로 묻혔다는 사실은 석연치 않다.

질본이 2월 25일경 대구클럽발 확진자가 31번 보다 앞서 증상이 있었다고 사실대로 알렸다면 ‘31번과 신천지’에 대한 낙인이 떼어지고 ‘총선’을 염두에 둔 권력자들의 계산이 틀어졌을지도 모른다.

신천지 타깃검사가 신천지에 꼭 나빴던 것만은 아니다. 덕분에 신천지교인 전수조사가 빠르게 이뤄져 신천지 입장에서는 더 많은 희생자를 조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정부도 조기 집단감염을 통해 방역체계를 정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태원 전에 대구클럽발 집단감염이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고 “대구클럽 감염이 신천지 31번 확진자 판정 전이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미 31번 확진자 전에 대구에 코로나19가 퍼져 대구시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도 입증된다. 또 그 이유는 중국 감염원을 차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원칙적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코로나 사태의 전환점이 됐던 31번 확진자가 발생한지 3개월이다. 31번 확진 이틀 전 코로나 증상이 있었다는 대구클럽발 확진자는 코로나19 대구사태의 진실을 재조명해야 할 필요성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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