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광주의 넋’ 주제로 기념공연
“춤, 아버지 기억하는 유일한 방식”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아버지와의 약속으로 시작했던 무용은 아버지를 기억하는 유일한 방식이 됐습니다.”
단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김선정 교수가 18일 오전 5.18민주광장에서 개최된 국가보훈처 주관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본 행사 무대에서 ‘광주의 넋’을 주제로 살풀이춤 공연을 헌사했다.
김 교수의 이번 공연은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김 교수는 5.18 후유증으로 사망한 광주 시민군 故 김성찬씨의 딸이기 때문이다.
‘광주’가 금기시되던 시기, 김 교수와 어머니는 시민군이었던 아버지와 광주를 감추고 슬픔을 억누르며 살아왔다. “광주의 기역자도 꺼내면 안 된다”는 고향의 당부가 누구에게나 익숙했던 시절이었다.
시대의 비극을 견디며 살아온 지 40여년이 흘러 김 교수도 이제 아버지의 나이가 됐다.
운명처럼 살풀이춤 전수자가 된 김 교수는 공연에 앞서 “오래 억눌렸던 슬픔과 외로움을 이제는 마음껏 펼쳐 보이고 싶고 남편에 대한 기억을 끝까지 숨긴 채 돌아가신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다”고 고백했다.
자랑스러운 아버지를 비로소 목청껏 부르는 듯한 김 교수의 춤은 그래서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김 교수는 “저의 춤이 흔적 없이 쓰러진 이들의 흔적이 되고 이름 없는 모든 시민군의 이름이 되길 바란다”며 “40번째 5월의 봄 ‘광주의 넋’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5.18행사는 코로나19로 최소 인원만 참석하고 일반 시민들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일빌딩 입구 등 주변에서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멀리서 기념식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마음의 한을 눈물로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