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과 초여름 사이는 계절의 변환기로 날씨 변화가 상당히 심하다. 때로는 초봄같이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다가도 며칠 사이에 한 여름 더위를 만난듯하니 생활인들은 옷차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기 일쑤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의 변환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20대 국회가 이달 29로 끝이 나고 30일부터는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되는 지금 이 시기는 20대 국회를 마무리하랴, 21대 원(국회)구성하랴 준비가 한창 바쁜 정치의 변화기인 것이다.

사상 최악의 국회로 낙인찍힌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20일 열린다. 지금까지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법안 가운데 꼭 필요하고, 이번국회에서 처리해야할 내용에 대해 여야 합의로 처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들이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그렇게 하자고 양당 원내대표들이 의사를 표현했지만 속마음은 다르니 실현될지가 의문이다. 그런 가운데 21대 원 구성을 위해 원내대표들이 밀고당기기를 계속하고 있으니 어느 한쪽이 통 큰 양보를 하지 않으면 또 법정기한내 원 구성은 물 건너갈 것이다. 국회법상 국회의원의 임기 개시 후 7일인 다음 달 5일까지 의장단을 선출하고, 10일까지는 18개 상임위 위원장을 뽑아야하는 바, 문제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어느 당이 가져갈 것이냐에 대한 기 싸움이다.

양당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는 국회의 법사위를 두고 ‘상원(上院)’이라 불러지기도 한다. 그만큼 권한이 막강하다는 의미이다. 본래 법사위는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 권한이 있다. 하지만 입법 절차상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법안은 본회의 상정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 21대 국회 준비과정에서도 여당과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기 싸움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 법사위원장 자리는 다수당이 차지했다. 그러다가 2004년 17대 이후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제1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게 관례가 돼 26년간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180석 가까운 여권 의석을 감안해 법사위원장 자리를 힘으로 밀어붙이려하지만 지난 총선 때 103석을 얻은 제1야당권에서는 향후 원내교섭 최후 수단이자 거대여당을 견제하는 최후의 보루로써 법사위원장 사수(死守)를 내세우고 있으니 원 구성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제3차 추경, 조기 처리가 필요한 민생법안의 국회통과 등 시급한 사안이 산적돼 있는 만큼 결단해야 한다. 지금까지 원 구성이 법정시한 내 지켜진 적은 없다. 그것은 거대양당의 폐해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180석에 이르는 메머드 정당인 여당에서는 향후 21대 국회 운영을 타협의 정신으로 이끌려면 법사위원장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의를 보며 통 큰 양보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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