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한국문화안보연구원 이사

 

국방일보는 지난 6일 실시한 우리 군의 주요 훈련에 대한 정훈계통의 보도자료를 근거로 정상적인 훈련보도를 했다. 보도내용은 7일 ‘적(敵) 도발 원점 타격·작전능력 확인’이라는 제하의 기사였다. ‘공군공중전투사령부가 6일 서해상공 작전구역에서 해군 2함대와 함께 합동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적 화력도발 및 기습도발에 대한 대응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내용이다. 이 훈련은 9.19남북군하합의와 관련해 ‘서해 평화 수역’이 아닌 군산 앞바다에서 북한의 눈치를 보며 실시된 정례 합동훈련이었다.

그런데 청와대 안보실이 군 고위당국자를 대책회의 운운하며 불러다가 질책성 회의를 했다는 후문이 나왔다. 지난 7일 국방일보 보도를 빌미로 북한 인민무력성 대변인 성명의 담화를 통해 우리 군의 해·공군 합동훈련에 대해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이며, “남조선 군부가 우리를 적으로 지칭하며 이러한 군사연습을 벌여놓았다. 모든 것이 2018년 북남수뇌회담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우리 군의 정상적인 훈련에 대해 ‘9.19남북군사합의서’ 파기를 겁박하며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쏟아낸 망발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청와대에서 회의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회의는 군의 훈련이나 작전과는 관계없이 국방부 대변인, 합참 및 각군 정훈·공보실장 등이 참석한 정책홍보 점검회의였다”는 공식설명이었으나 안보실 제1차장이 참석한 회의를 ‘점검회의’ 수준으로 볼 수는 없는 청와대의 월권행위이다. 과연 이 회의가 청와대의 직무범위에 들어가는 지도 재고해야한다. 물론 안보실에서는 헌법 제74조 1항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는 대통령의 군통수권을 내세울 것이나 그 통수권도 헌법 제5조 2항을 전제해 정상적으로 행사해야하는 관점에서 결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이 회의는 청와대 안보실에서 북한의 반발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한 것이 근거로 보도됐는데 국방부 장관의 독립적 직무영역을 일개 청와대 비서관이 군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하면서까지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일까? 국방부 장관은 이 회의소집을 보고받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도 의문스럽다. 재강조하거니와 이번 청와대의 정책홍보점검회의는 국방부 장관의 부하들을 청와대 일개 비서관이 불러다가 직접 혼내는 꼴불견이 연출된 것으로 전형적인 권력형 호가호위(狐假虎威)식 행위로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부당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국방장관이 멀쩡하게 근무하는데 벌어진다는 것부터가 우리군의 정치적 중립과 군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단초가 된다.

군인은 공무원이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이 보장한다. 헌법 제5조 2항에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우리 군의 합동훈련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라는 헌법적 명령에 대한 정상적인 직무행위였으며, 그 보도행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반발에 대한 정무적(political) 대책회의(?)를 했다는 것은 실소(失笑)가 나온다. 그 대책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북한의 반발을 유념해 ‘적(敵)이란 용어를 쓰지 말고, 훈련보도는 자제하라’는 암묵적 보도지침(guide-line)이었다면 이것은 결코 청와대 안보실의 직무범위는 아니다. 심지어 세간에 청와대와 국방부 조차도 북조선 대변인실이냐는 비아냥을 허투루 듣지 말기 바란다. 국민은 북한에 대해 할 말 하는 정부를 원한다.

우리 군은 이러한 특수한 정치상황적 딜레마에서 헌법에서 부여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충성과 사명을 수행함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지켜가면서도 충성스러운 군기강을 세워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야한다. 군대는 군대답고, 장군은 장군답기를 기대한다. 우리 군이 북한군을 바라보며 근무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인왕산을 보고 근무한다면 그것은 국가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는 것을 군의 역사는 교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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