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의 의료용품 배급업체 '오웬스 앤드 마이너'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마스크 착용 수칙을 지키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른 전염병 대란에 대비하기 위해 필수 방역 물품과 장비의 생산지를 미국 내로 옮기고 전국에 국가비축분을 확충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앨런타운의 의료용품 배급업체 '오웬스 앤드 마이너'를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마스크 착용 수칙을 지키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른 전염병 대란에 대비하기 위해 필수 방역 물품과 장비의 생산지를 미국 내로 옮기고 전국에 국가비축분을 확충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처: 뉴시스)

美, 생산·IT·자본 등 對中 압박

中 반발 수위 높여… 보복 전망

대만, 미중 외교·軍 대결 최전선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각 지도자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세계 1,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다시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작년 1월 ‘1단계 미중 무역합의’로 조성된 훈풍은 사라지고, 과거 미-소련 냉전에 이은 ‘코로나19 신냉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 악재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 측은 ‘중국 때리기’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미 상무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상대로 초강도 제재 정책을 발표하자 중국 정부도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강력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17일 환구시보,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외신들의 보복 여부 관련 문의에 성명을 통해 “중국은 자국 기업의 합법적 권리를 결연히 지킬 것”이라면서 “미국 측은 중국 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압력을 즉각 중단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화웨이에 대한 수출 규정 개정에 나섰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미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화웨이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그러나 개정 규정에서는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도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이 이 조치를 실행에 옮길 경우 중국 역시 퀄컴, 시스코, 애플, 보잉 등 미국 기업들에 대한 보복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은 자본시장을 통해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먼저 미 연방공무원 퇴직연금인 ‘연방공무원 저축계정(TSP)’의 중국 주식투자를 전면 차단할 태세다. 뉴욕증시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중국 상장사들도 타깃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 자본시장에서 쉽게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도록 엄격한 회계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글로벌 생산공장’ 중국에 투자된 생산기지를 미국 본토로 옮기는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에도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를 낮춰 글로벌 공급사슬 자체를 바꾸려는 목적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지금 당장은 대화하고 싶지 않다” “당분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등 중국에 대한 고강도 불만을 표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을 수 있다고 말하며 “그렇게 된다면 5천억 달러를 절약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세계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대중 압박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며 편가르기에 나섰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이스라엘 공영방송 인터뷰를 통해 “전세계에 걸친 중국의 투자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며 화웨이의 5세대(5G) 장비를 채택하지 않도록 동맹국들에 요구했다.

양국이 속한 국제기구에도 불똥이 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세계보건기구(WHO)에 ‘친중(親中)’ 기구라며 비난해왔고,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속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사임 의사를 밝혔다. WHO에 대한 미국의 자금지원도 중단될 위기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외교·기술·보건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전방위 갈등을 벌이는 와중에 미중 마찰의 최전선이 될 것으로 보이는 대만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양국은 대만해협에서 각종 무기를 총동원해 군사 훈련 빈도를 높이고 있어 우발적 군사 충돌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무력시위를 통해 오는 2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대만 독립 선언과 같이 중국이 그은 한계를 넘지 못하게 압박을 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무력시위에는 항공모함인 랴오닝함, H-6 장거리 폭격기, J-11 전투기, 쿵징-500 조기경보기 등이 대거 동원됐다.

미국도 매달 한 차례씩 군함을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는 중이다. 또 중국 군용기가 대만 인근을 지난 직후에는 반드시 전략 폭격기인 B-52H와 B-1B, 특수작전기 MC-130J, 정찰기 EP-3 등 다양한 군용기를 투입해 맞불을 놓으면서 대만 수호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은 대만의 WHO 참여 문제를 놓고도 치열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대만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계기로 대만이 다시 WHO 옵서버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만을 도와 각국을 설득하고 있다.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고립시키려는 중국은 미국과 맞서는데 주력하며 대만의 WHO 옵서버 재참여를 막으려 한다.

대만의 WHO 재참여는 날로 좁아지던 국제사회 내 활동 공간을 일정 부분 회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상징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18∼19일 WHO 총회에서는 대만의 WHO 참여 등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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