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코 교황(왼쪽)이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있는 산타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을 방문해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 성당에는 1522년 로마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신자들이 기도를 올렸던 십자가가 보존돼있다. [출처: AP/뉴시스]
프란치코 교황(왼쪽)이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있는 산타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을 방문해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 성당에는 1522년 로마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신자들이 기도를 올렸던 십자가가 보존돼있다. [출처: AP/뉴시스]

재무원장 “수입 25∼45% 감소 추산”
교황청 운영·재정 적자 메꾸기 ‘급급’
허리띠 바짝 졸라매는 비상조처 돌입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안 그래도 어려운 교황청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종교 활동이 위축되면서 교황청의 수입에도 영향이 간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황청의 파산 또는 ‘디폴트’ 우려를 제기하고 있지만, 교황청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말 전 세계 13억 신자를 대상으로 한 연례 자선기금 모금 행사를 오는 10월 초로 연기했다. 코로나19로 모금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성베드로 성금’으로 불리는 교황청 자선기금은 교황의 사목 활동과 세계 빈민 구호를 목적으로 한다. 연간 모금액은 미화로 5000만∼6500만 달러(약 614억∼798억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제정 압박을 받던 교황청은 최근 30년 넘게 기금 목적과 달리 교황청 운영과 재정 적자를 메우는 데 일부 쓴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 모금에 차질이 생기면 당장 교황청 재정이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정 압박은 종교 활동 위축으로 기금 모금이 어려워진 것이 원인이다. 성베드로대성당이 폐쇄된 데다 교황이 주례하는 수요 일반 알현과 주일 삼종기도 등 주요 대중 행사가 온라인 방식으로 바뀌면서 현장 기부금 역시 끊긴 상태다.

서양 예술의 산실로 꼽히는 바티칸 박물관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3월 초 문을 닫은 것도 악재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바티칸 박물관은 매년 1억 달러 안팎을 벌어들이는 교황청의 든든한 수입원이다. 작년 이곳을 다녀간 관광객 수는 700만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 교황청 재정 업무를 총괄하는 후안 안토니오 게레로 재무원장은 13일(현지시간)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교황청 수입이 25∼45%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면서 “향후 몇 년간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코로나19발 재정 위기 우려가 엄습하면서 교황청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비상 조처에 돌입했다.

교황청 고위 관료들은 지난 3월 말 비상회의를 하고 올해 내내 승진·고용을 동결하는 한편 초과 근무, 출장, 대규모 행사 개최 등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줄어든 수입에 맞춰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한편 교황청의 연간 적자 규모는 6천만 달러(약 737억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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