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나라 언어습득을 위한 언어영재교실’이 열린 인천 남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지난 18일 한 학생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전국 94개 다문화 가족지원센터서 ‘언어영재교실’ 운영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니하오(안녕하세요)~ 짜이지엔(다시 만나요)~ 뚜이 부 치이(미안합니다)~ 씨에씨에(감사합니다).”

최근 인천 남동구에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2층 곳곳에 초등학생 3명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언뜻 듣기에 여느 중국어 수업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이들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엄마 나라 말’을 배우고 있는 중.

이날 이곳에서는 다문화가족 자녀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여성가족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엄마(아빠) 나라 언어습득을 위한 언어영재교실’ 시범수업이 진행됐다. 지난 21일부터는 전국 94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언어영재교실이 운영됐다.

그동안 다문화가족 자녀는 이중언어 구사자로 양성될 가능성이 많았음에도 낯선 한국에 적응하는 엄마(아빠)를 따라 한국어 배우기에만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가정에서도 남편과 시어머니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녀에게 자신이 태어나 살던 나라의 언어를 가르쳐줄 기회가 많이 없었다.

중국어 수업을 진행한 장옥영(35) 강사는 “외국인 엄마로서는 자녀가 한국어를 잘하기를 바라면서도 모국어로 소통하고 싶어한다”면서 “아이들에게는 엄마 나라말을 배우는 동시에 제2외국어를 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강사는 이어 “특히 한 번이라도 외국에 있는 외가나 친척집에 갔다 왔을 때 아이들이 엄마 나라 말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열띤 모습으로 수업에 임한 신상욱(8, 남) 군은 “엄마를 따라 중국에 갔을 때 내가 중국어를 못하니까 친척 형과 형 친구들이랑 잘 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배우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부모가 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배우러 온 김수아(11) 양은 “한 번은 동생에게 중국어로 말을 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줬는데 알아듣지 못해 내 손을 뿌리쳤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수업시간은 간단한 중국어 회화 4개를 배우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마치는 시간을 10분 남겨두고 정 교사는 아이들에게 “오늘 배운 단어를 복습해볼게요. 선생님이 한국어로 말하면 중국어로 대답해 보세요”라고 말했다.

“… 자, 이제 마지막 단어입니다. ‘미안해요’는?”

정 교사의 마지막 질문에 지금까지 대답을 잘하던 수아와 상욱이는 고개만 갸우뚱거렸다. 정 교사가 ‘뚜이 부 치이’라고 답을 알려주자 그제야 무릎을 치며 “이것만 기억이 안 났다”고 웃어댔다.

끝으로 정 교사는 “아이들이 이 수업을 통해 엄마와 간단한 회화를 하거나 간단한 단어로 된 동화책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엄마들도 모국어를 자녀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인만큼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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