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35일 후면 4.27 재보궐선거가 열린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말이다. 일반인들이야 선거 준비과정을 잘 모르겠지만 사실 선거기간을 빼면 실질적 선거 준비기간은 20여 일 정도 밖에 없다. 이 기간에는 통상 지역관련 정책과 선거전략을 구성하고 그것에 따른 메인슬로건을 만든다. 이것이 있어야 명함, 공약서, 예비홍보물, 선거벽보, 선거공보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밖에도 준비할 것들이 많다. 유세차량, 영상물, 로고송, 유세복, 선거운동원 확보 및 교육, 여론조사 및 정세분석 등 선거 캠프는 아마도 번개불에 콩 볶아먹는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바쁘게 뛸 것이다.

하지만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현재까지도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정책으로 대결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전략에 유혹되기 쉽다. 네거티브 전략은 사실 별로 준비할 게 없기 때문이다. 상대를 비방하고 흠집을 내서 반사이익을 얻으면 그뿐 아닌가 말이다. 하지만 정책적 대결을 준비하자면 솔직히 오랜 시간과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그 정책의 타당성부터 시작해 예산의 확보 등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거나 또는 정치거물이라는 이유로 특정지역에 전략공천이 된다면 며칠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그 지역의 특색에 맞는 현실적 정책 준비란 쉽지 않다.

지금 강원도는 보궐선거를 앞두고 상호 비방과 흠집내기에 혈안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필자는 ‘4.27 선거가 왜 이러나’라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우리 선거사를 들여다봐도 사실상 흑색선전과 비방은 언제나 존재했었지만 이제는 그 고리를 끊을 때도 되었다. 선거법 개정으로 인해 공약집과 공약서를 만들어 정책홍보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되었건만 정책으로 유권자에게 승부수를 던졌다는 기사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으니 씁쓸할 뿐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만큼은 상대후보를 비방하고 흑색선전을 일삼는 후보에게는 단 한 표도 찍어줘서는 안된다.

이는 정당도 마찬가지다. 상대후보에 대한 대항마(對抗馬)다 뭐다해서 공천을 미루고 눈치작전을 살피는 것 자체가 유권자를 기망하는 행위다. 뿐만아니라 내 계보 유지를 위해 특정 정치인 밀어주기를 하는 것도 그렇다. 그 지역발전의 적임자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당의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맞추거나, 내가 누구를 미니까 미는 인물이 공천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그 지역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정말 웃기는 일이다. 오로지 승리만 보이고 지역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처사다. 오랜시간 지역에서 봉사하고 활동했던 것은 모두 공염불이 되고, 상대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센놈을 세우겠다는 것은 승리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이렇다보니 그 지역에 대한 정책적 연구가 있기나 하겠는가!

주먹구구식 정책추진은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경전철 차량기지에 대형 크레인과 트레일러 여러 대가 경전철 차량을 창고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대당 23억 5000만 원짜리 경전철 30대가 9개월 동안 방치되어 오다가 녹이 슬고 성능이 떨어질 것 같아 창고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차량기지는 당연히 폐쇄되었고 이로 인해 들어간 투자금 1조 1000억 원은 공중에 날아갈 판이다. 뿐만 아니라 개통을 한다해도 연간 550억 원씩 적자가 예상되며, 용인시는 30년간 시민의 세금으로 1조 6500억 원의 적자를 메워 줘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적 파탄을 내놓은 사람들이 그 누구도 책임지거나 심판 받지 않았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진정 정치발전을 조금이라도 염두해 둔다면 준비되지 못한 후보는 공천해서는 안된다. 지역 정책마저도 전혀 준비되지 못한 후보는 그 지역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가 집단이 만든 정책이 아니라면 정당에서 전문가를 지원해 후보자의 정책을 꼼꼼히 살펴줘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권자도 표심을 사기위해 내놓은 후보자의 주먹구구식 정책을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지역적 이기심을 앞세운 정책, 예산확보가 불투명한 정책, 실효성이나 수익성․타당성이 없는 정책은 유권자 스스로 몰아내야할 대상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피해는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제는 유권자의 수준도 매우 높아졌다. 따라서, 후보자에 대한 꼼꼼한 정책 검증을 통해 표로서 심판할 때가 된 것이다. 높은 시민의식은 유권자 스스로가 표를 찍으며 책임진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 돈도 결국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기 때문이다. 제발 상호비방이 아닌 진정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 대결로 이번 보궐선거가 치러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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