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미래통합당이 다음주 중에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연찬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하루 정도만, 그것도 국회에서 개최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지극히 형식적인 절차에 다름 아니다. 거기서 무슨 현실성 있는 해법을 찾으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으며 당이 처한 현실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정도의 자리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늦어도 너무 늦었을 뿐더러 지난 총선에서 당 해체 수준의 국민적 심판을 받은 정당의 현실 인식 치고는 안이하다 못해 참으로 무능해 보인다.

이왕 당선인들이 모인다면 국회가 아니라 어디 조용한 곳에서 일주일쯤 머리를 맞대 봐야 서로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다. 그래야 머리에 담았던 ‘해법’을 쏟아 낼 수 있을 것이며, 가슴에 품었던 ‘고민’도 폭발시킬 수 있다. 통합당 미래는 바로 거기서부터 찾아내야 한다. 직접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의 가슴으로 현실을 돌파해 낼 수 없다면 미래가 없다. 언제까지 비대위만 고집할 것이며, 또 언제까지 남의 손만 빌릴 것인가.

그리고 그 자리에는 미래한국당 의원들도 함께 가야 한다. 두 당의 통합을 전제로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면 하루빨리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대하는 최소한의 양심이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둘이 아니라면 그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에 왜 미래한국당 당선인들이 빠져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하루빨리 통합 절차를 마치고 두 당의 당선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미래한국당이 곧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 임기를 더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시작부터 국민과의 약속을 짓밟는 배신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통합당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최적의 당 대표’를 뽑는 일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명령한 해체 수준의 심판을 수용해서 당을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그 연장에서 대안 야당의 모습을 구축함으로써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중도’로 나아갈 수 있는 개혁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개혁적 보수주의’ 담론이 좋다. 그래야 혁신다운 혁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박근혜 탄핵 프레임에 걸려 있는 인물은 안 된다. ‘박근혜 탄핵’을 외쳤던 촛불 민심을 밟고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외연 확장의 길이 봉쇄돼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젊은 층 지지를 견인해 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통합당이 젊은 층과 등을 지고서는 그 어떤 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 통합당 최대의 약점도 거기에 있다. 그리고 하나만 더 추가한다면 그 지도자가 대선주자면 더 좋다. 당 혁신과 대선 경쟁력을 동시에 갖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물을 것이다. 통합당 내에 그런 인물이 어디 있냐고. 그러면 반문하겠다.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그런 리더를 찾아보았냐고 말이다. 아니 당선인들이 치열하게 고민이라도 해봤느냐고 묻고 싶다. 사실 지금의 통합당에는 그런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해체 수준의 국민적 심판을 받았지만 그들은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다. 다시 계파주의가 꿈틀대고 있으며 대부분의 당선인들은 또 침묵이다. 역동성은커녕 특유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어쩌면 낙선한 구태들이 조만간 당 전면으로 복귀할지도 모를 일다. 통합당의 미래를 참으로 우울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혹여 누군가 나에게 지금의 통합당을 맡길 ‘최적의 대안’을 묻는다면 나는 유승민 의원을 찾아가 보시라고 권하겠다. 최소한 유승민 정도는 돼야 지금의 통합당을 정권교체의 반석 위에 올릴 수 있는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박근혜 탄핵의 촛불민심과 함께 했다. 그로 인해 당 안팎의 시련도 많았지만, 동시에 그 상처가 중도를 아우르며 외연 확장을 도모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유승민의 개혁’을 의심할 수 없을 만큼의 깊은 신뢰가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당내에서 젊은 층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꼰대’들이 득실거리는 그 풍토에서 유승민의 존재는 이미 큰 자산이다. 누구도 대체하기 어려운 독보적인 힘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이 있다. 앞으로 2년은 사실상 대선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나 통합당에도 인물은 많지만 여권의 이낙연, 이재명과 견줄 수 있는 대안은 찾기 어렵다. 한마디로 ‘본선 경쟁력’이 너무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 즉 통합당에서 대선 본선의 경쟁력을 말할 수 있는 인물도 유승민을 빼고서는 말하기 어렵다. 어쩌면 유승민 의원은 당내 예선보다 본선에서의 경쟁력이 더 강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가 대표를 맡아서 앞으로의 당 혁신을 주도해 나간다면 통합당 입장에서는 금상첨화라 할 것이다. 통합당 존망이 걸린 지금의 승부처에서 왜 이런 유승민을 놓치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너무 늦긴 했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이 대목에서는 통합당 초선 당선인들이 앞장서는 것이 좋다. 물론 미래한국당 당선인들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 해체를 명령한 국민이지만, 그 국민이 뽑아준 초선 당선인들은 그래도 희망이다. 초선 당선인들이 앞장서 야당다운 야당, 대안 야당을 재건해 달라는 것이 지난 총선의 민심 아니던가. 그럼에도 당 지도부에 휘둘리며 침묵하거나 떠밀려 다니는 것은 정말 최악이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당선인들끼리라도 따로 만나서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거기서 의견이 모아진다면 유승민 의원을 찾아가시라. 혹여 유 의원이 거부하더라도 두 번, 세 번을 찾아서 통합당의 미래를 열어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길어야 내년 2월까지다. 지금 유승민을 놓쳐서 2년 뒤 땅을 친들 이미 판은 끝난 뒤다. 초선 당선인들이 만드는 대안야당의 새로운 역동성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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