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지상에 발을 딛고 사는 네발 동물은 모두 걷거나 뛰어다닌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직립보행이 시작된 후 두 발로 걸어 다니지만 두 다리가 움직일 때 앞 다리인 양팔을 부지런히 흔든다. 비록 땅에 닿아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면 네발동물의 걸음걸이는 어떨까? 걸음걸이의 개인적인 특징은 존재하지만 인간은 걷기방식이 동일하다. 하지만 네발동물은 다르다. 그들은 걷기 방식이 두 가지로 나뉜다.

측대보와 대각보가 그것이다. 측대보는 오른쪽 앞발과 오른쪽 뒷발이 동시에 나간다. 그 다음에 왼쪽 앞발과 왼쪽 뒷발이 함께 움직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완전히 동시에 움직인다고는 할 수 없다. 앞발이 뒷발보다 약간 먼저 나가면서 마치 뒷발을 떠미는 느낌을 준다. 물론 순서는 상관없다. 반대로 대각보의 경우에는 우선 오른쪽 앞발과 왼쪽 뒷발을 내딛고 그다음에 왼쪽 앞발과 오른쪽 뒷발을 내딛는다. 역시 순서는 상관없다.

그렇다면 어떤 동물이 혹은 어떤 경우에 걸음걸이가 나뉠까? 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분명한 해답이 없다. 하지만 관찰에 의하면 대체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가축은 한결같이 대각보로 걸음을 알 수 있다. 고양이, 개, 말, 소 등 모두가 다 그렇다. 그들은 좌우 앞다리와 뒷다리를 서로 크로스하며 번갈아 걷는다. 반면에 야생의 네발짐승은 측대보밖에 모른다. 여우, 호랑이에서 들소에 이르기까지 다 마찬가지이다. 낙타와 코끼리도 측대보로 걷는다. 그들은 한쪽 앞발이 나갈 때 동시에 나란히 뒷발도 같이 나가는 걸음걸이를 취한다.

늑대와 독일산 셰퍼드를 서로 구분하려면 걷는 모습을 잘 보면 된다. 늑대는 측대보로 걷고 셰퍼드는 대각보로 걷는다. 물론 예외도 있다. 가축의 경우 대각보가 지배적이지만 측대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사냥 중인 사냥개는 한결같이 측대보를 택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와 오랜 세월 함께했던 반려견 태풍이 녀석도 한 번도 태어나서 양을 본적은 없지만 목양견답게 측대보로 걷는 것이 관찰됐다.

그렇다면 대각보와 측대보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효율성을 놓고 따져본다면 대각보가 이상적인 걸음걸이다. 코끼리나 낙타처럼 우선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였다가 그 다음에 왼쪽으로 기울여 뒤뚱거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측대보보다 대각보가 더 균형이 잡혀 있고 아마도 덜 피곤할 것 같다.

그러나 대각보로 걷자면 땅바닥이 아주 고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길, 목장, 혹은 집 안의 마당 같은 형태로 그와 같은 땅바닥을 가축에게 제공한 것이다. 반면에 울퉁불퉁한 땅바닥, 모래땅, 늪이나 바위가 많은 지면에서는 측대보가 더 쉽고 안전하다.

그러므로 측대보는 야생의 걸음걸이요 시골의 걸음걸이인 데 비해 대각보는 세련과 문명의 걸음걸이다. 경주용 말의 세 가지 걸음걸이 역시 이를 보여준다. 평보나 속보가 대체로 대각보인 반면 가볍게 천천히 달리는 구보부터는 반드시 측대보라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다. 사실 속보는 야생마들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인간적이고 부자연한 걸음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떤가? 물론 인간은 네발짐승이 아니다. 네 발로 걷는 때가 더러 있긴 하지만. 자 그러면 우리들의 눈앞에서 우리 동류들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관찰해보자. 우선 어린아이를 살펴보면, 그들 역시 네 발로 기어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대각보를 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른의 경우 어떠한가? 두 팔이 자유로울 경우 그들은 팔을 흔들며 걷는다. 어떻게 흔드는가? 왼쪽 다리와 동시에 오른쪽 팔을 앞으로 내민다. 다음에는 그 반대로 한다. 명백한 대각보다. 두 팔로 측대보를 흉내내며 걷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도 그는 내면에 상당한 분량의 야성을 감추고 있다고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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