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오복’이라는 것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다섯 가지 복을 말한다. <서경(書經)> 홍범편(洪範篇)에서 꼽는 다섯 가지의 복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장수(長壽)로 오래 사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부(富)로 풍족하고 부유하게 사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는 강녕(康寧)으로 건강하게 사는 것을 말한다.
네 번째는 유호덕(攸好德)으로 이웃이나 다른 사람을 위하여 보람 있는 봉사를 하는 삶을 말한다.
다섯 번째는 고종명(考終命)으로 자기 집에서 깨끗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민간에서는 네 번째와 다섯 번째의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에 귀하게 되는 것과 자손을 많이 보는 것을 꼽았다. 예전에는 건강한 치아를 오복 중에 하나로 꼽았으나 치과가 흔치않던 시절 치아 건강이 신체 건강과 직결됐으니 그렇게 말하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다섯 가지 복 중 필요치 않은 것이 없지만 굳이 모든 복 중에 한 가지만 꼽으라면 ‘일복’을 꼽고 싶다. 치아가 건강해야 신체가 건강할 수 있는 것처럼 일복이 많아서 일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다섯 가지 복과 다 연결이 된다. 

가끔 많은 일에 허덕이게 될 때에도 이렇게 생각하면 훨씬 행복할 수 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 건강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강녕함을 의미하고, 대부분의 일은 부를 가져다준다.

크게 균형을 잃거나 무리하지 않는다면 장수도 하게 될 것이며, 일 자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한 큰 봉사임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다보면 고종명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일이 없어서 TV를 지나치게 본다든가 낮에 자고, 밤에 잠을 못자고 하는 것들이 모든 균형을 깨버리게 되니까 말이다. 

누군가 일이 많아서 투덜거리면 말해준다. 으뜸가는 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은퇴하고 나서 몸은 편해졌을 터인데도 무척 피곤해 보이고 나이도 더 들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일에 묻혀 살 때에는 일을 안 하는 사람들이 부럽기 그지없지만 일을 잃고 났을 때 일하는 사람이 부러운 것은 그 정도가 아니다. 일을 할 때 일의 소중함을 알고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은 일을 잃고 나서야 일의 소중함을 안다. 부모님을 잃고 나서야 부모님의 소중함을 아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만일 내일 당장 일을 안 하게 됐을 때의 상황을 상상해보자. 분명히 일의 가치나 의미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이나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함까지 알 때에, 인생은 더욱 더 풍요롭게 느껴지고 행복함까지 더불어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고종명의 순간까지 일복이 터진 삶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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