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생의 교단일기] 효도를 위해 어버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돼야 할 필요는 없다
[최선생의 교단일기] 효도를 위해 어버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돼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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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용 칼럼니스트 

 

어버이날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어버이날 법정 공휴일’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반대 목소리로 국민이 대립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와 약 3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자는 “부모의 은혜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부모와 함께할 시간을 위해 어버이날이 국가의 공식 휴일로 제정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부모님께 효도하자는 깊은 뜻이 있는 청원임에도 동의자가 3만여명에 불과하다는 건 그만큼 반대가 많다는 의미다. 어버이날 공휴일 추진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었음에도 지정하지 않는 이유다.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을 반대한다”라고 주장하면 “불효자”라며 비난한다. 부모가 소중하지 않고 효도를 하지 말자는 말이 아니다. 효도를 위해 어버이날이 꼭 공휴일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어버이날이 공휴일이 되면 또 하나의 단기 명절이 된다. “기혼 여성들에게는 시부모 날이 하루 더 늘어난다”라고 하는 말이 팩트다. 지금도 시댁 위주로 돌아가는 명절 탓에 부부 간 갈등이 심각해 명절이 끝나면 이혼율이 증가한다는데 어버이날도 자연스럽게 시부모 위주로 돌아갈 게 뻔하다. 효도로 인해 부부 간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면 휴일로 지정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하려면 남편과 아내가 각자 자기 부모에게 가는 규칙을 정한 후 지정하면 문제가 없다. 어버이날이 공휴일이면 남편이 아내에게 시부모에게 가자고 하지 처가에 가자고 하는 일은 거의 없는 탓이다. 나도 장성한 자녀가 있지만, 굳이 직장과 학교를 쉬어가며 어버이날 찾아오길 바라지 않는다. ‘자식이 온다고 무조건 좋다’는 건 나 같은 50대 부모세대는 아니다. 자식, 며느리 방문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많다. 효도할 자식은 공휴일이 아니어도 효도한다. 공휴일로 지정한다고 없던 효심이 생기고 불효자가 효자 되지 않는다. 사회적 비용만 더 늘어날 뿐이다. “양가 동일하게 대접하면 되지 않느냐?” 말하지만 쉽지 않다. 

공휴일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월급이 나오는 공무원이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살만한 사람들은 공휴일 지정을 환영한다. 정작 혜택을 봐야 하는 서민들은 더 소외되고 사회적 갈등과 골만 깊어진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은 갑자기 늘어난 휴일에 일하는 직원, 알바 휴일수당 줘야 한다. 부모는 학교에 가던 아이들이 안 가게 되니 아이들 맡길 걱정이 더 늘어난다. 그 아이들을 맡아 줄 비정규직은 더 서럽다. 가뜩이나 5월엔 공휴일, 기념일이 많아 힘들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이 휴일이 되면 6, 7일 쉴 수 있는 직장인들은 여행 가는 데 쓰지 부모에게 효도하는 데 쓰지 않는다. 

자식으로서도 고민이 하나 더 생긴다. 공휴일로 지정했는데 부모 안 찾아뵈면 불효자로 낙인찍히는 것 같아 마음이 더 불편하다. 부모도 직장에 출근하느라, 가게 영업하느라 못 오는 건 이해하는데 공휴일인데도 안 오면 더 속상하다. 시골에서는 “뉘 집 자식이 왔네, 안 왔네” 하며 비교당한다. 결혼하니 갑자기 효자가 되어 과한 효도를 하려다 갈등을 빚는 부부가 많다. 부모는 결혼 후에 갑자기 안 하던 효도를 과하게 하는 걸 원치 않는다. 부부가 알콩달콩 불화 없이 행복하고 예쁘게 잘 사는 것이 더 큰 효도다. 신혼 초기에는 양가에 공평한 효도가 가능할지 모른다. 시간이 흐르며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효도하고 싶다면 결혼 전에 과할 정도로 효도하고 결혼 후에는 부부끼리 자식들에게 내리사랑 주며 잘사는 게 효도다. 평생 부모에게 받은 거 갚으려고 해봐야 1/10도 못 갚는다. 애써 갚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자식에게 주는 내리사랑도 부모의 은혜를 갚는 길이다. 내 자식이 나에게 내리사랑의 1/10만큼도 효도를 안 한다고 자식을 나무랄 마음이 없다.

고부간 갈등을 겪는 가정을 보면 아들이 중간 역할을 제대로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절대적으로 을인 아내, 여자 관점에서 남편, 남자들이 헤아리고 중재자 역할을 하면 고부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 효도를 위해 공휴일이 필요하다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합쳐 하루를 ‘가족의 날’로 정해 쉬는 편이 낫다. 어린이 인권이 꼭 필요하던 시대에 정한 어린이날, 스승의 은혜를 기려야 했던 스승의 날, 어버이날 등 5월에 집중된 기념일을 다 폐지하고 하루 가족의 날을 만들어 가족 사랑을 되새기는 날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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