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가 방송 21년 만에 폐지설에 휩싸였다. 한국 코미디의 중심축이던 스탠딩 공개 코미디가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하고 유튜브, 인스타 등 SNS 시대를 맞아 설 자리를 잃었다.

개콘은 최근 2%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많은 이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일요일 밤에 하는 개콘을 보기 위해 거실에 놓여 있는 TV로 향했던 과거는 이제 지나간 추억이 돼버렸다. 사람들은 개콘을 볼 시간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PC나 모바일로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접하고 있다.

유튜브 콘텐츠의 홍수 속에 정해진 각본으로 움직이는 스탠딩 공개코미디는 더 이상의 재미를 잃은 듯하다. 방송가에서 흔히 말하는 수명이 다했다는 표현은 요즘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창작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무관심 속에 퇴물이 돼가고 있다는 뜻이다. 개콘은 현재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과거형이 아닌 미래형으로 맞서야함에도 시청률이 떨어지자 과거 주목됐던 유행어, 기존 인기 개그맨들을 다시 투입시키며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과거 사회에 회자됐던 상징성을 추구하려 했지만 이미 눈높이는 높아지고 너무나 바뀌어버린 트렌드 시대에 억지스러운 유행어와 시간 짜 맞추기 코미디는 재미와 웃음을 유발하기에는 크게 역부족이었다. 이는 곧 시청률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지고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BS 개그맨을 꿈꿨던 많은 지원자들에게는 큰 실망감을 안겼다.

스타 등용문이었던 개콘이 폐지되면, 지금도 개그맨을 준비하는 많은 지원자가 갈 곳을 잃게 된다. 코로나19로 대학로 공연이 위축되고 관객들이 모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개그과,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많은 준비생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정통 개그프로그램들은 이미 5~6년 전부터 죽어가고 있었다. 음악예능, 낚시예능, 연예인들의 일상생활 파헤치기 등에 더 큰 관심과 재미를 느낀 시청자들은 몇 주간을 서로 합을 맞추고 기획 아이디어를 짜고 연습해 올린 정통 코미디를 뒤로한 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현재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 SBS 웃찾사 개그맨은 필자에게 MBC, SBS에 이어 KBS 간판 개그프로그램도 무너져가고 있다며 이들 모두 그냥 죽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에 맞게 유튜브로 모여 자신의 코드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를 탐구하고 대중의 취향을 파악해 새롭게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요즘 시청자들은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 살살 긁어줄 수 있는 솔직한 콘텐츠를 좋아한다. 리얼을 추구하고 프로그램에서 주인공들이 곤혹스러워하고 당혹해하며 “나도 저랬었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스토리에 채널을 고정할 수밖에 없다.

최근 시청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공감되면서 자신보다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스타들의 모습에 쾌감을 느낀다. 자기만큼 힘들고 풍자되고 고충을 겪는 스타들의 모습 속에 강한 동질감과 더불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개콘이 폐지되든 되지 않든 개그맨들은 활동을 이어가고 웃음을 제공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플랫폼이 바뀌었을 뿐이다. 정통 공개코미디가 힘을 잃었으니, 유튜브, SNS를 비롯한 개인방송부터 웹 예능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웃음을 이어가야 한다.

플랫폼이 확장되고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람들은 TV보다는 스마트폰, 유튜브에 더 관심을 보인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 더 이상의 바보 개그나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개그는 통하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특정계층을 비하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이 공감하고 크게 웃을 수 있는 소재인가, 아닌가에만 관심이 있다. 진부한 상대방 비하하기, 몸개그, 복장개그로는 더 이상의 웃음을 유발하기 힘들다.

지금이야말로 선배, 후배 개그맨들이 뭉쳐야 할 때다. 개그맨 윤형빈이 언급한 “개그맨을 개그맨으로 있게 만들어주는 곳이 바로 무대입니다”라는 말은 크게 공감이 간다. 그 무대 방향을 앞으로 어디로 할 것이며,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어떤 영감을 제공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지 개그맨들 스스로 뭉쳐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 때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