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실적과 과제 ⓒ천지일보 2020.5.12
 

2017~2018년 2년 연속 최대실적 달성
이건희 경영공백 성공적으로 메워
주력사업 집중, R&D 적극투자
 

프로포폴 상습투약 의혹 등 일탈 흠집

아들 유학중 대마초 흡연으로 퇴학설

경영권 승계·국정농단 등 현재 재판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2014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6년간 삼성전자를 이끌어왔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총수로 나선 후 삼성전자는 2017~2018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하는 등 최근까지도 좋은 실적을 내며 부친의 경영공백을 성공적으로 메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부회장은 올해 1분기 R&D(연구개발)에 역대 최대 규모인 5조 36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하는 등 공격적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경영권 승계 의혹,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지시 의혹, 노조 와해 문제, 국정농단 연루사건 등으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 부정적인 이미지도 함께 안고 있다.

지난 6일 이 부회장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 수용으로 경영권 승계 의혹과 노조 와해 문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횡령·뇌물 혐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측에 준법경영 관련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자, 삼성 7개 계열사가 협약을 맺어 출범시킨 독립 위원회이다. 이 부회장은 “법을 어기거나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면서 나아가 자녀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삼성의 노사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삼성에서 무노조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하고 건전한 노사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사과에 대해서는 평가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17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 이 회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DB)
지난 2014년 4월 17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 이 회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DB)

◆이건희 와병에도 성공적 경영 이끌어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눕기 전 삼성그룹의 2013년 매출은 228조 6900억원이었다. 1987년 회장 취임 후 쓰러지기 전까지 무려 1215.8%나 성장시켰다. 이 회장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이재용 부회장이 병상의 부친을 대신해 잘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초반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이 부회장이 총수역할을 한 첫 해 2014년 삼성은 스마트폰 실적 악화로 매출 206조 2100억원, 영업이익 25조 300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9.8%, 31.9% 하락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15년에는 매출은 2.6% 소폭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5.5% 증가해 실적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2017년부터 2018년까지는 반도체 시장의 슈퍼 호황으로 유례없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연달아 내면서 이 부회장은 승승장구하며 제대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9조 5800억원, 53조 6500억원을, 2018년에는 이를 더 뛰어넘어 매출 243조 5100억원, 영업이익 58조 8900억원을 달성했다.

작년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 속에서도 매출 230조 4000억원, 영업이익 27조 7700억원으로 비교적 선방하는 결과를 냈다. 올해 1분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5.6%, 3.4% 상승하면서 역시 ‘삼성’이라는 이름값을 해냈다. 2분기에는 코로나19의 본격적인 악재가 작용해 잠시 실적하락이 예상되지만 언제든 만회할 것이란 믿음을 주고 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주력사업은 집중 M&A, 비주력사업은 매각

삼성은 6년간 여러 차례 빅딜이 오갔던 인수합병(M&A)과 매각 행보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부회장은 2년간 30여건에 달하는 M&A를 단행해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써왔고, 매각을 제외한 주요 인수 건수도 2년간 12건에 이른다. 비주력사업은 털어내고 핵심주력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과감한 결단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2015년 9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인수합병 과정은 그룹승계를 위해 진행했다는 의혹으로 삼성 오너일가 최초로 구속까지 되는 오점을 남겼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묵시적 부정청탁으로 연관된 사안이라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성공적인 M&A로는 9조원 이상(80억 달러)을 투입해 세계 최대의 음향·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과 미국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 ‘비브랩스’,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등을 사들인 것들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6일 오후 서울 강남역사거리 CCTV 철탑 위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는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추대돼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말 부당해고 당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복직을 촉구하는 시위를 해왔으며 지난해 6월 10일부터 강남역 CCTV 철탑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한편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 행위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천지일보 2020.5.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6일 오후 서울 강남역사거리 CCTV 철탑 위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는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추대돼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말 부당해고 당했다며 삼성을 상대로 복직을 촉구하는 시위를 해왔으며 지난해 6월 10일부터 강남역 CCTV 철탑 위로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했다.한편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노동 관련 준법의무 위반 행위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천지일보 2020.5.6

프로포폴 일탈 의혹, 아들 대마초 흡연 퇴학설 등 흠집

이 부회장이 경영자로서는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반면 가정사 및 사생활과 관련해서는 흠집을 남겼다.

우선 뉴스파타는 이 부회장이 지난 2017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간호조무사와 주고받은 SNS 메시지 등을 토대로 향정신성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해당 성형외과는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곳으로, 당시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간호조무사의 전 남자친구가 이 부회장의 관련 의혹을 권익위에 제보했다는 내용이다. 최근 검찰이 이와 관련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달 대검에 전달한 공익신고 자료 등을 넘겨받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삼성 총수일가가 호텔신라 비용으로 고객에게 공급하는 최고급 식자재가 자택에 수시로 배달해 무료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 매체는 호텔신라에서 공급하는 최고급 식자재가 호텔신라 비용으로 삼성 총수일가 자택에도 수시로 배달됐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의 아들이 미국에서 유학 중에 마리화나(대마초를 담배형태로 만든 연초)를 흡연했다가 퇴학당했다는 이야기도 2017년 인터넷 한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삼성 측은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자퇴를 한 것은 맞지만 정확한 사유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6

◆‘뉴삼성’ 변화 시도, 적극적 투자 계획

이 같은 외환 속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더 큰 발전을 위한 새로운 변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대국민 사과에서 ‘뉴삼성’을 실현할 핵심키워드로 ▲과감한 신사업 도전 ▲전문성·통찰력을 갖춘 경영 ▲미래를 이끌 인재 영입을 제시했다.

특히 주력사업인 반도체의 경우 발전 가능성이 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오는 2030년까지 1위에 오른다는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을 밝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이 부회장은 10년간 10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투자 대상으로는 인공지능(AI)이나 전장(전자 장비) 부품, 바이오, 5세대 이동통신(5G), QD(퀀텀닷)디스플레이, 시스템반도체 등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또 2016년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아직 대규모 인수합병이 없어 4년 만에 추가적인 대규모 인수합병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공적인 경영평가와 부정적 이미지의 오점을 동시에 남긴 이재용 부회장이 향후 ‘뉴 삼성’을 실현하기 위한 변화 시도에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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