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필자는 북한군 GP에서 9년 동안 근무했다. 그리고 DMZ를 넘어 대한민국으로 탈출해 왔다. 물론 그때로부터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본인은 국가정보기관에서 시종 근무해 왔고, 그 뒤 많은 후배들이 또 탈출해 와 그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5월 3일 북한군이 우리 측 GP를 향해 발사한 기관총 사격은 분명 군사적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MDL(군사분계선) 남측 우리 초소에 총탄을 날렸으니 분명한 군사도발이요, 정전협정 위반인 것이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장장 20일 동안 잠적해 있다가 등장한 뒤 불과 하루 뒤에 일어난 일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잠적과 군사도발을 연동시켜 확대재생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군사도발의 원인에 대해선 아직 오리무중이다. 과연 북한이 의도적으로 우리 초소를 향해 총을 쐈는지, 아니면 우발적인 오발사격인지 대관절 해명을 안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무기 중 중무기인 14.5미리 고사기관총은 원래 러시아에서 대공무기로 개발한 것으로 북한군 전 전선에는 GP마다 무조건 한 문씩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이 무기는 항상 조준경 10자 선 안에 우리 아군 GP를 겨누어 놓고 있다. 그런데 이 무기는 평소 두툼한 방수포를 씌워놓아 아무나 만질 수도 사격할 수도 없다. 다만 사단장이나 민경 대대장이 비상소집을 발령하면 그때 사수와 부사수가 무기의 방수포를 벗기고 작동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오발사고가 제일 많이 일어난다.

사수는 보통 군복무 7년이 넘은 하사급이지만 부사수는 초급병사로 군 복구 경력이 겨우 2년여 지난 정도에 불과하다. 흔히 이 부사수가 오발사고를 자주 낸다. 고사기관총은 방아쇠로 당기는 사격 시스템이 아니라 발로 밟는 형식의 발사 장치로 돼 있다 보니 아차 하는 순간 밟아버리는 것이다. 아무튼 언젠간 이번 도발의 원인은 밝혀지겠지만 본인의 경험으로 북한이 전선에서 기관총 몇 발 날리는 식의 도발은 할리 없다는 것이다. 북한군의 우리 군에 대한 두려움은 대단하다. 우리는 아직도 한국전쟁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북한군은 전쟁능력이 막강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국력이 우리에 비해 40배가 떨어지는 북한군이 우리보다 강하다면 그것은 보통 곡해가 아니다.

도발 이후 북한은 적반하장의 태도로 나오고 있다. 북한이 연일 우리 군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군이 실시한 일련의 훈련을 “군사적 대결 망동”이라고 비난하면서다. 대외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9일 ‘현대판 야누스 집단’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조선 군부가 기회만 있으면 떠드는 ‘대화’나 ‘평화’를 정말로 원하는지 의심스럽다”며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매체는 최근 남조선 군부가 연이어 벌이는 대결 망동이 이에 대한 명백한 해답을 주고 있다며 2800톤급 신형 호위함 ‘동해함’ 진수식을 겨냥했다. 또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지상·공중비상대기항공차단(G/X-INT) 훈련에 대해서도 “북침 전쟁 소동”으로 규정했다.

이어 중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 ‘천궁’이 최근 군에 인도된 것과 우리 군이 오는 8월 미국 태평양함대사령부의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림팩)에 참가할 방침을 밝힌 것 등을 언급하며 “지상과 하늘, 바다를 비롯한 남조선 전역에서 대결 의식을 고취하며 미친 듯이 벌이는 군부 호전광들의 도발적인 군비 증강과 전쟁 책동”이라고 비난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앞에서는 대화와 평화 너스레를 떨고 뒤 돌아 앉아서는 전쟁 책동에 날뛰고 있다”라며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이야말로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 현대판 야누스들이며 이로 인해 차려질 것은 북남관계 파국과 전쟁 위기의 고조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은 전날인 8일에는 인민무력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 군의 서북도서 합동방어훈련을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이자 군사 대결의 극치”라며 9.19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 군은 항상 방어차원에서의 훈련만 한다. 그런데도 군사적 열세인 북한은 그것이 두려운 것이다. 우리의 F-35A는 최첨단이다. 반면 북한은 3~40년이 넘은 비행기를 주력기로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