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기본소득·학용품 기부
[천지일보 수원=류지민 기자] 지난 1일 김정훈(36)·이소영(36)씨 부부가 두 딸과 함께 수원 망포2동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김씨 부부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아이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현금 100만원과 스케치북·색연필 등 학용품을 기부했다.
이날 기부의 주인공은 김씨 부부가 아닌 김유하(5)양이었다. 성금 100만원이 든 봉투에는 ‘김유하’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 딸 몫으로 지원받은 재난 기본소득 기부
김씨는 “유하 몫으로 지원받은 재난 기본소득을 모아 기부한 것”이라며 “평소 유하가 ‘주변에 어렵게 사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해 유하도 기부를 할 수 있다고 알려줬더니 좋아하며 기부를 하러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유하양의 기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기가 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유치원이 휴원했고 부모님과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김씨 부부는 평소보다 책을 많이 읽어줬다. 특히 위인전을 많이 읽었는데, 대부분 위인은 성공한 후 어려운 사람을 도왔다는 내용이었다.
◆ 위인전 읽으며 기부에 관심
이씨는 “유하에게 빌 게이츠, 이태석 신부 위인전 등 30~40권을 읽어줬다”며 “주인공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는 위인전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위인전을 읽으면서 유하가 ‘나도 부자가 되면 어렵게 사는 친구들에게 맛있는 걸 많이 사주고 싶다’고 자주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재난 기본소득을 신청하면서 기부 캠페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김씨 부부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딸에게 기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기부를 할 것인지 물었다. 김양도 기부를 할 수 있는 사실을 알고 기뻐했다.
김양 몫으로 지급된 아동 돌봄 쿠폰(7세 미만 아동에게 40만원), 수원시·경기도 재난 기본소득(각각 10만원), 정부가 지원할 긴급재난지원금(수원시 4인 가구 기준 87만 1000원)을 합쳐 1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돈의 가치를 아직 잘 모르는 김양에게 기부의 기쁨을 알려주기 위해 문구점에서 학용품을 사서 함께 기부했다. 기부한 학용품은 김양이 직접 골랐다.
◆ “부자가 되면 또 기부하고 싶어요”
지난 6일 김양은 “부자가 되면 또 기부하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기부에 관심은 있지만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았다”며 “재난 기본소득 덕분에 기쁘게 기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하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수원시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김양의 기부금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다. 학용품은 망포2동행정복지센터가 관내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한편 수원시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4월 9일부터 ‘재난 기본소득을 기부하는 사랑의 열매와 함께 극복 수원’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어제 0시 기준 모금액은 3억 3794만원이다. 기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시민들에게 배분할 예정이다.
기부를 원하는 시민은 특별모금 계좌에 입금하거나 각 동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모금함에 성금을 넣으면 된다. 소상공인, 청년 실직자, 저소득층·사각지대 시민 등 도움을 주고 싶은 이들을 지정 기탁서에서 선택해 기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