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진리교회. (홈페이지 캡쳐)ⓒ천지일보 2020.5.5
빛과진리교회. (홈페이지 캡쳐) ⓒ천지일보 2020.5.5

신앙훈련 명목 엽기 행위 빛과진리교회 논란 일파만파

“교회 내 권력구조에 교인들 중독… 교단 나서 해결해야”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근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 중형 교회에서 ‘신앙훈련’을 명목으로 교인들에게 인분을 먹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이 교회에서 훈련을 받던 중 뇌출혈로 쓰러져 1급 장애 판정을 받고 18개월째 요양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도 발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다수 신도들은 이 교회의 담임목사를 맹신하며 열심히 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러한 사건의 근본 이유로는 그루밍(Grooming, 길들이기) 수법이 지목된다. 그루밍 범죄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저지르는 범죄를 말한다. 목사를 신성시하는 일반적인 교회 분위기상, 교인들이 그루밍 범죄에 취약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다.

일각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교회 전체를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회 내 그루밍 범죄 위험에 노출된 교인들은 많을 것이란 지적이다. 전문가는 교단의 행정력을 강화해 그루밍 범죄 등 사건이 발생한 교회에 대해 보다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5일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가 연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빛과진리교회는 평소 교인들에게 ‘리더십을 기르는 훈련’이라며 신도들에게 ▲자신의 인분 먹기 ▲돌아가며 매 맞기 ▲불가마에서 견디기 ▲공동묘지에서 기도하며 담력 기르기 등의 가혹행위를 요구했다.

이날 한 신도는 “교회 모임을 주도하는 리더가 ‘인분을 먹으라고 지시했다’”며 “먹기 싫었지만 (리더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인분을 먹는 영상을 찍어서 보낸 후 점수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뿐만 아니라 이 교회의 한 신도는 신앙 훈련을 명목으로 ‘잠 안 자고 버티기’ 훈련을 받다 뇌출혈로 쓰러져 1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며 교회 관계자들을 고소한 바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 동대문 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출석 교인 2000명이 넘는 빛과진리교회는 교인 대다수가 청년으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회는 CBS·CTS·국민일보 등에도 소개된 바 있다. 특히 김 목사의 설교는 CBS에서도 송출된 바 있다. 현재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교회 측은 6일 담임목사와 당회원 명의로 입장문을 발표하고 “상처받고 아파하신 분들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부득이하게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밝히고 이 상황을 해결해 보다 건강한 교회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이 교회는 비상식적이고 가학적인 훈련을 통해 신도들을 길들이고 착취해왔다”며 “일종의 그루밍 범죄를 저질러온 김 목사를 법적으로 처벌하고 교회 역시 강제로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말대로 이번 빛과진리교회 사태는 명확한 그루밍 범죄로 보여진다. 그루밍 범죄는 주로 서열이 확실하며 예속될 수밖에 없는 관계에서 주로 일어난다. 어느 정도의 친밀한 관계가 이뤄지면 그들에 의한 접근을 거부하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데 가해자들은 바로 이런 상황을 악용해 하지 말아야 할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특히 개신교는 목회자가 평신도들에게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특성상 그루밍 범죄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런 그루밍 수법은 주로 성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일례로 그루밍 성폭력 범죄로 논란이 됐던 목사 중 이재록(76) 목사가 있다. 이 목사는 수년간 만민중앙교회 여신도 9명을 40여차례에 걸쳐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2018년 5월 구속됐고 지난해 8월 대법원에서 징역 16년을 확정받았다.

전문가는 교계 그루밍 범죄의 근절을 위해선 교회 내부 권력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교단이나 노회의 행정력을 강화해서 소속 개교회에 대한 모니터링이 상시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계 그루밍 성폭력 근절을 위해 기독교여성상담소를 운영하는 채수지 목사는 빛과진리교회 사건과 관련해 “10부장, 100부장 등 계급구조로 이뤄진 빛과진리교회 특성상, 공동체 안에서 꼭대기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을 것”이라며 “결국 교회가 권력지향형 구조를 만들어냈고, (교인들이) 권력에 중독됐다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채 목사는 “권력 중독에서는 이성적인 사고나 객관적인 판단이 서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에게 순종하고 리더로서 사람들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다보면 ‘사이비 종교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이와 같은, 진짜 종교의 기능을 잃어버린 교회는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 목사는 “문제는 한국교회가 ‘개교회 중심주의’에 직면한 상황에서 교단이나 노회 자체가 터치를 못하는 상황이 있다”며 “병든 교회가 스스로 건강을 회복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노회나 교단이 행정력을 강화해서 성폭력 등 사건이 발생한 교회에 대해선 임시당회장을 파견하는 등 직접적인 행정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